로직·메모리·센서까지 생산 기반 확대

외국 기업이 참여한 일본 내 반도체 투자액이 2021년 이후 6조엔(약 53조원) 규모에 달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생산 기반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중요 물자로 지정한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마련하고 공장의 국내 유치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연산용 ‘로직’ 반도체부터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이미지센서까지 주요 반도체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냈다.
먼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전날 이미지센서 양산을 위한 7470억엔대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TSMC의 구마모토 1·2공장 관련 투자액은 3조엔을 넘는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조5000억엔을 투자해 히로시마공장에 새로운 생산동을 건설한다. 여기에서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일시 저장용 메모리인 최첨단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타워세미컨덕터는 지난달 도야마현 우오즈시 등에 6000억엔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광통신용 반도체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일본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었다. NECㆍ히타치제작소ㆍ도시바 등 종합전자업체들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했으며, 1980년대 후반에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투자 여력을 잃었다. 그 자리를 대신해 부상한 것이 한국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대만 기업들도 뒤를 이었다.
일본 종합전자업체들은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매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대에는 10% 정도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반도체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노후 설비가 많은 데다 AI 데이터센터용 최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하다. 이렇게 외국 기업들의 최첨단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 일본 반도체 생태계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닛케이는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면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월 자국 내 총 800조원(약 88조엔)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짚었다. 또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는 TSMC가 총 1조5000억 대만달러(약 7조4000억엔)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역시 TSMC,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닛케이는 “미국에는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등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AI 데이터센터에 적극 투자하는 유력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면서 “이들의 막강한 구매력이 일종의 자석 역할을 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미국은 반도체 투자처로서 높은 매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