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는 좌파당에 제1당 내줘
‘재앙’ 자평하면서도 총리직 유지 의사

20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최종 개표 결과 AfD가 38.2%를 득표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35.5%), 좌파당(6.5%), 녹색당(5.7%)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CDU의 득표율은 4.9%로 주의회 진입에 필요한 기준인 5%에도 미치지 못했다. CDU가 주의회에서 의석을 1석도 받지 못한 것은 16개 주를 통틀어 1945년 창당 이래 처음이다. AfD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에 앞서 6일 작센안할트주에서도 CDU에 큰 격차로 승리했다.
이날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는 극좌 성향의 좌파당이 25.3%로 1당을 확정했다. 좌파당이 베를린 선거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현재 SPD와 연정을 구성해 베를린 시정을 이끄는 CDU의 득표율은 19%로 급락했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베를린에서도 AfD는 16.3%를 얻으며 세력을 확대했다.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로 나선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의 딸 엘리프 에랄프는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과 비슷한 급진적 주거복지 공약을 내세워 ‘베를린의 맘다니’로 불린다. 기업형 임대업체가 보유한 주택을 국유화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부진한 선거 결과로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에도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며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해야 할 일에는 기개와 확고한 태도, 인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개혁이 우리 사회에 갈수록 깊숙이 침투하는 권위주의의 독에 대한 해독제라고까지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침체한 독일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개혁을 약속하며 지난해 당선됐다. 그러나 잇따른 소통 실패가 인기 없는 연금ㆍ세제ㆍ의료 개혁에 대한 반감을 키우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fD는 이런 불만을 파고들며 이민 규제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을 주장해 동부 지역에서 지지세를 확대해왔다.
CDU 내부에서 메르츠 총리의 성과 부족과 지지율 폭락을 이유로 사퇴론 및 리더십 교체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누가 메르츠 총리의 후임자가 되든 비슷한 경제 문제와 정치적 제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AfD의 급부상 여파로 인해 메르츠 총리가 조기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유럽 극우 정치 세력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프라처 소장은 로이터통신에 “이제 연방정부가 근본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정치적 지지를 결집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