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블록체인·AI·콘텐츠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정책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에이전트 경제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결제하는 ‘에이전트 경제’가 현실화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발행에서 정산·유통 인프라로 확장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를 넘어 독자적인 정산망과 디지털 신원 인증 체계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글로벌 결제·스테이블코인 기업들이 단순 발행을 넘어 정산과 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수직통합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스트라이프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결제·정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도 자체 결제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를 구축하며 발행을 넘어 정산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 논의는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정산과 유통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수익 구조에서 시장 주도권과 수익은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가 아니라 결제가 이뤄지는 정산망과 사용자 접점을 확보한 기업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규제와 금리 변동에 취약한 발행 사업자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유통 파트너에게 배분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정책도 특정 주체에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준비자산 수익 배분 방식, 유통 사업자의 협상력, 정산망 접근 조건과 의사결정 구조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에서는 달러화 종속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AI 에이전트 결제의 약 98.6%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초기 개발 환경이 달러를 기본값으로 채택하면서 굳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이러한 흐름이 고착되기 전에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 결제를 어떤 인프라와 통화로 정산할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 마련이 지연되는 사이 일부 원화 연동 자산 발행과 국내 사업자의 실증 실험이 해외 법인, 외국 블록체인,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해외 인프라에 의존해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에이전트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신원 검증이 제시됐다. 사람을 대신해 거래하는 AI가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확인하고, 거래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서 한국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 전자서명과 금융 실명 확인 제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블록체인상 신원 증명 기술과 결합하면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시드오픈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국내 논의는 달러화가 이미 선점한 범용 결제 시장이나 마진이 적은 발행 주체 경쟁에 머물러 있다”며 “원화가 살아남으려면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경제의 정산 통화 표준을 선점하고,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 신원 인증 제도를 블록체인과 결합하는 등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