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2-2부(조진구·김민아·이승철 고법판사)는 11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비화폰 지급 과정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속거나 착각한 사실이 없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요청을 받은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이 실무 담당자에게 지급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비화폰을 지급한 만큼, 기망에 따른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담당 공무원의 오인이나 착각이 없었다”며 “김 전 차장은 김 전 장관이 안보폰(비화폰) 운용 목적과 취지를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사용 목적을 따로 묻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장은 실무 담당자에게 지급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안보폰을 지급했다”며 “오인에 빠져 처분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지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 측은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계엄 관련 서류 등을 폐기한 측근 양모 씨에게 증거인멸의 고의가 없었던 만큼 교사범인 김 전 장관에게도 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정범(양 씨)의 고의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다”며 “양 씨는 관련 자료 폐기를 직무 종료에 따른 통상적인 보안 조치로 인식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심의 징역 3년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이 무자격자인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전달해 국가 비밀통신 체계를 훼손했고, 계엄 관련 핵심 자료까지 인멸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또 김 전 장관이 1심에서 여러 차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등 재판을 지연했다며 이 같은 사정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장관 측은 적법한 방어권 행사를 재판 지연으로 규정해 형을 가중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인 2024년 12월 2일 대통령 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은 뒤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계엄 직후 수행비서 역할을 한 측근 양 씨에게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특검팀의 구형량인 징역 5년보다 2년 낮은 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