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베타, 증상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축적

국내 치매 환자 수가 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추정 치매 유병률은 9.25%에 달하고, 연간 국가 치매관리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0.95%에 해당하는 약 2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연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0일 한국에자이 주최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서울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는 열쇠, 아밀로이드 베타 바로알기’ 주제로 열린 미디어세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거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확인해도 이를 직접 타깃해 치료할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초기 단계에서 환자를 정확하게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의 기능과 연결이 손상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8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변화는 기억력 저하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시작된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뇌에 축적되면 타우 단백질의 병적 변화와 신경세포 손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문연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병의 시작점으로 증상이 발생하기 20~30년 전부터 축적될 수 있다”며 “과거 임상시험에서는 이미 아밀로이드가 오랜 기간 쌓인 뒤 개입했던 만큼 너무 늦게 치료한 것 아니냐는 반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질병조절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경도인지장애(MCI)와 경도 치매 등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 환자를 찾아내는 중요성도 커졌다. 기존 치료가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질병조절치료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를 전공하는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 지난 3년, 길게는 5년 정도 사이 한국의 알츠하이머병 진료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하더라도 이를 표적으로 치료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조기 진단의 실질적인 의미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소영 교수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찍어 양성이 나와도 치료법이 없어 난감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제는 실제로 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신경심리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종합하고 필요한 경우 아밀로이드 PET이나 뇌척수액(CSF) 검사 등을 통해 병리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p-tau181·p-tau217 등 혈액 바이오마커가 등장하면서 보다 간편하게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문소영 교수는 “과거에는 PET을 찍어야 아밀로이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혈액검사가 PET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관련 검사가 국내에서도 임상 현장으로 들어오면서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는 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와 경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미 손상된 신경세포를 되돌리기보다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목적이 있다. 문소영 교수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정확한 치료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인된 환자를 적절한 시점에 치료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