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AI가 한국 직업·연애·문화 재편…반도체 직원이 신흥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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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40만달러에 동탄 집값·명품 소비 들썩
의사·변호사 제치고 결혼시장의 인기 직업으로
증시 과열·자산 격차·문화산업 일자리 감소 우려도

▲경기 화성시 동탄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AI 열풍이 한국인의 직업 선택과 주거·소비는 물론 연애와 문화산업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이 의사와 변호사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 엘리트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이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약 80%를 생산하면서 AI 혁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와 아이비리그 출신 인재들이 AI 시대를 주도한다면 한국에서는 반도체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변화가 확산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변화가 가장 뚜렷한 지역은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과 SK하이닉스 사업장의 배후 주거지인 경기 동탄이다. 이곳에서 8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윤 모씨는 최근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22억원이 넘는 가격에 중개했다. 일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이 올해 40만달러(약 5억8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동탄역 인근 아파트 호가는 수주 만에 수억 원씩 뛰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소비시장도 호황의 영향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명품 매출은 40% 증가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전용 신용카드 신청은 매달 약 100건씩 늘었고 백화점 우수고객의 평균 연령도 4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동탄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권 모씨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집을 사거나 더 좋은 아파트로 옮기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AI 반도체 호황은 한국 사회의 직업 서열도 바꿨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15년간 근무한 강 모씨는 과거 의사나 변호사만 찾던 여성 고객들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SK하이닉스 작업복을 입은 고객을 ‘하이닉스 경’으로 대우하는 방송 코미디와 중고거래 게시물로도 확산했다.

대학 입시에서도 반도체 관련 전공의 인기가 높아졌다. 올해 입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원하는 5개 반도체학과의 합격선이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교육과정에 참여한 정 모씨는 성과급이 더 많다는 이유로 SK하이닉스를 선호한다면서도 호황이 꺾일 가능성은 경계했다.

그러나 AI가 만든 부가 사회 전체로 확산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커졌다. 반도체업계에 속하지 않은 98% 이상의 근로자는 호황에서 소외됐다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기술 발전과 증시 상승, AI의 이익이 고소득층에 편중됐다고 경고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청년과 미래 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민배당’ 구상을 제안했다.

▲(사진=AI 이미지 편집)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을 좇는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면서 변동성이 증폭됐다. 지난달 말 주가가 급락하자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야당에서는 “나라가 카지노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AI는 문화산업에도 빠르게 침투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은 가상 아이돌과 AI 뮤직비디오·디지털 인플루언서를 개발하고 영화 제작자들은 스토리보드와 시각효과·장면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채 AI 영화 제작에 뛰어든 오 모씨는 “현재 영상 생성 플랫폼 구독료로 매달 약 200만원을 지출하고 프로젝트당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AI가 영화 제작자의 도구를 확장할 수 있지만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고 영화의 미학까지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두렵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AI가 한국에 막대한 부를 안겼지만 그 혜택의 분배와 증시 과열, 산업의 부침과 일자리 감소가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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