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효과 반경 10km 내 서비스업에 국한…시너지 못 내
"성장 잠재력 높은 대도시에 집중 이전하고 자생적 거점화해야"

정부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조성된 '혁신도시'가 일시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누린 후 사실상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인근 지역의 좁은 반경 내 서비스업 고용 창출에만 머물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민간 기업의 유입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수도권 등으로의 인구 순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에 집중 이전하고,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연계해 지속 성장 가능한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9일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파급효과와 혁신도시 거점화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이 본격적으로 이전한 2014~2017년 사이에는 혁신도시로 수도권 인구가 상당수 유입되며 단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유입 규모가 급감하기 시작해 2023년부터는 혁신도시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광역시·도 내에서 혁신도시로 유입되던 인구마저도 2025년 이후에는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직업을 사유로 한 혁신도시로의 인구 순유입은 2016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2022년에 순유출로 전환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 내에 둥지를 튼 공공기관 외에는 지역 경제를 이끌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만한 민간 기업 생태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의 고용과 임금을 증가시킨 것은 사실이나 파급효과의 질과 범위 면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산업연구원이 인과관계를 추정한 결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고용 증가는 대부분 상권 활성화 등 서비스업(비교역재 부문)에 집중됐다.
반면 지역 성장의 마중물이 될 제조업 고용은 이전 후 6~7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증가했으며, 그 규모 또한 미미했다. 이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기업 간 상호작용에 따른 생산활동 촉진보다는 이전 인구와 소득 증가에 기댄 단순 소비 증대 채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파급효과의 공간적 범위 역시 협소했다. 혁신도시 소재 읍면동으로부터 약 10km 이내에서만 효과가 집중됐으며, 주변 인접 지역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s)는 통계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혁신도시가 당초 목표했던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역 거점화'에 실패한 이유로 '자원의 분산'과 '지속적 성장동력의 부재'를 꼽았다. 파급효과가 국소적인 상황에서 10개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을 잘게 나눠 이전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커질수록 1인당 고용 창출 파급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며 "향후에는 인구가 많고 광역시 등 대도시 인프라 접근성이 높은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집중 이전해 거점도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에 기댄 성장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도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집적경제'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도시의 높은 인프라와 공공기관의 인적 자원을 지렛대 삼아 주변에 특구 및 산업단지를 배치하고, 기업과 연구소, 학교의 신증설 인센티브를 연계해 자생력을 갖춘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