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연비 18.4㎞/L…450㎞ 장거리서 정숙성·승차감 돋보여
‘플레오스 커넥트·글레오 AI’ 적용…음성으로 차량 기능 제어

국내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의 상징인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로 돌아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올해 7월까지 2만1915대가 팔리며 누적 판매 순위가 지난해 같은 기간 5위에서 올해 3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고유가로 주유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노원구에서 경북 영주시까지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운전대를 잡고 왕복 약 450㎞를 달렸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살펴본 실내는 가죽과 우드 소재를 곳곳에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열 중앙의 17인치 화면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플레오스 커넥트’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앱과 각종 서비스가 구동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와 결합해 활용도를 높였다.
실제 “글레오! 영주역까지 가고 싶어”라고 말하자 목적지를 설정하고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을 안내했다. “글레오! 지금 너무 더워”라는 말에는 냉방 기능을 조절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로 차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주행 중 화면을 일일이 조작할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플레오스 커넥트와 글레오 AI는 현대차가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다만 반응 속도와 자연스러운 대화 측면에서는 테슬라의 AI 에이전트 ‘그록’과 비교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내비게이션과 공조 등 실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조작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2열 역시 준대형 세단답게 편의성을 높였다.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해 장거리에서도 편안한 자세를 잡을 수 있고 통풍 시트도 갖췄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2열 통풍 시트의 만족도가 높았다.
‘스마트 비전 선루프’도 눈길을 끌었다. 일반 선루프와 달리 버튼이나 글레오 AI를 통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필요할 때는 개방감을 확보하고 강한 햇빛이 내리쬘 때는 투명도를 낮춰 차광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주행에서는 무엇보다 정숙성이 돋보였다. 도심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를 활용해 조용하게 움직였고 고속도로에서도 고급 세단에 기대하는 정숙성을 유지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도 빨랐다. 준대형 세단의 차체를 이끌기에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국내 최초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39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초로 기존보다 단축됐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인 연비도 만족스러웠다. 실제 고속도로 주행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L당 17~17.3㎞ 수준이었다. 현대차가 밝힌 복합연비는 최대 L당 18.4㎞다. 차체 크기와 출력을 고려하면 장거리 주행에서 경제성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승차감도 안정적이었다. 차체와 전륜 서스펜션 연결부를 강화하고 유압 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를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차체 진동을 줄였다. 장시간 주행에서도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 운전 피로가 크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자리 잡은 슬림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주행 정보를 쉽게 확인하도록 마련했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전방에 정보를 띄워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 시선이 더 자주 향했다.
약 450㎞를 달려본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그랜저의 강점인 정숙성과 안락함을 유지하면서 효율과 첨단 기술을 더한 차였다. 239마력의 힘과 L당 18.4㎞의 복합연비, AI 기반 인포테인먼트까지 갖췄다.
과거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다면 이번 더 뉴 그랜저는 그 상징성에 효율과 첨단 기술을 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가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시장에서도 그랜저가 여전히 존재감을 유지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