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조 단위 숫자보다 무거운 ‘200원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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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생활문화부 기자

금융부 시절 다루던 숫자는 대개 조 단위였다. 은행의 순이익, 대출 잔액,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처럼 자릿수가 늘어날수록 기사의 무게감도 비례하는 듯했다. 수천억원의 이익 변동과 수조원의 자금 이동을 매일 추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생활문화부로 부서를 옮긴 뒤 출입처에서 다루는 숫자는 200원 혹은 500원으로 축소됐다. 커피 한 잔, 즉석밥 한 개, 외식 메뉴 하나의 인상 폭이다. 숫자의 자릿수는 현저히 줄었지만 그 숫자가 삶에 닿는 밀도는 오히려 밀접해졌다.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일부 메뉴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원두 가격과 인건비, 임차료, 물류비 인상을 반영한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무게는 다르다. 출근길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던 이에게 200원은 단순한 동전 두 개가 아니다. 한 달 단위로 누적되면 지출 구조를 바꾸고 이용 브랜드를 교체하는 계기가 된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즉석밥과 만두, 음료와 빵의 가격이 5~10% 오르면 품목당 인상액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장바구니에 여럿 담기는 순간 가계 부담은 급격히 불어난다. 기업의 재무제표에서는 반올림으로 처리될 수 있는 금액이 소비자의 결제창 앞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작용하는 이유다.

가격 인상 자체를 기업의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원자재 비용과 환율, 물류비 상승은 가맹점주와 납품업체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한다. 문제는 설득의 과정이다. 인상률은 신속히 공지되지만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상세한 비용 구조와 가격 분담 비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가격 인상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금융부와 생활문화부에서 다루는 숫자의 규모는 천양지차다. 그러나 숫자 너머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조 단위 순이익 이면에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고 200원 인상 이면에는 결제를 주저하는 소비자의 망설임이 있다.

숫자의 무게는 자릿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일상과 밀착될수록 작은 숫자는 더 중량감 있는 무게를 지닌다. 200원의 인상이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출발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비용의 이동 경로를 더 치밀하게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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