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은 채솟값 못올리고 ‘폐기 걱정’...장보러 온 손님도 오른 가격에 한숨[뉴노멀 된 히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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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상인들 "상할까 봐 조금만 진열"…폐기 부담에 한숨
소비자는 "비싸도 살 수밖에"…폭염에 커지는 체감 장바구니 물가
유통업계, 산지 다변화·스마트팜·계약재배로 수급 관리 총력

“이것들은 오늘 다 못 팔면 그냥 버려야 해요.”

▲광장시장 내 채소가게의 모습. 폭염에 꽁꽁얼린 페트병으로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4일 오전 11시 30분.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빈대떡을 부치는 기름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뒤섞였고 떡볶이와 순대, 라면을 파는 노점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서울 최대 전통시장답게 여느 때처럼 활기가 넘쳤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관리 부담이 커진 데다 원가는 오르고 폐기량까지 늘면서 속앓이가 심해진 탓이었다.

광장시장 초입에서 과일주스 팔고 있는 60대 김모 씨는 이날 진열대에 갓 짜낸 주스를 서너 개만 내놨다. 그는 "한여름엔 저녁만 돼도 과일 상태가 금방 나빠진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아깝더라도 바로 버린다. 잘못 팔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스 원재료인 과일 가격도 부담이다. 김 씨는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판매가를 바로 올릴 수 없다"며 "수박도 오래 두면 물이 생기고 맛이 변해 계속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채소 상인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채소와 과일을 담은 바구니마다 얼음물로 꽁꽁 얼린 페트병이 놓여 있었다. 폭염에 신선식품이 금세 시드는 것을 막기 위한 상인들의 '임시 냉장고'였다. 하지만 역대금 폭염에 얼음이 녹는 속도만큼 채소의 생기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60년 넘게 3대째 채소가게를 운영해 온 정모(65) 씨는 "예전엔 채소를 많이 들여놨지만, 지금은 반의반만 가져온다"며 "안 팔리면 금세 시들어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매가는 몇천 원씩 올랐는데도 소비자 부담 때문에 바로 값을 올리지 못한다"며 "4000원에 팔아야 할 것을 3000원에 팔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름엔 쪽파와 오이가 가장 관리하기 어렵다"며 "더위가 심하면 금방 누렇게 변하고 손님도 줄어 손해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청과물 가게 주인 강모 씨 역시 "요즘엔 과일도 채소도 금방 무른다"며 "겨울에 비해 보관 관리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상인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에게 폭염은 단순히 불쾌지수를 높이는 날씨가 아니라, 하루하루 버려지는 식재료와 줄어드는 손님, 쉽게 올리지 못하는 판매가격 사이에서 버텨야 하는 또 하나의 경영 부담이 되고 있었다.

▲광장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 전경 (황민주 기자 minchu@)

장보기에 나선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도 높기만 했다.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노원점 식품관에서 만난 70대 주부 김모 씨는 "과일과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오래 보관할 수도 없어, 비싸도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사 먹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른다고 해도 소비자가 대비할 방편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강보석(60) 씨는 "과일, 채소는 물론 생선까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몇 가지만 장을 봐도 4만~5만원이 훌쩍 넘어 최근에는 직접 요리하는 대신 외식이나 반찬가게 이용 횟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신선식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산지를 다변화하고 스마트팜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계약재배 물량을 사전조율하며 공급 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날 그랜드 오픈한 노원점 식품관도 백화점 특성상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보다 가격대는 높았지만, 백화점 측은 지역상권 특성을 고려해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 낮추기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4일 오전 11시반 둘러본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산한 모습 (황민주 기자 minchu@)

정부 통계에선 전체 농산물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지만, 이날 잇달아 찾은 현장의 체감은 이처럼 많이 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농산물은 2.2% 하락했지만 축산물은 4.4% 상승했다. 정부는 주요 농산물의 출하량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전체 농산물 가격도 안정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은 일시적인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여름철 과채류는 기상 여건에 따라 하루 단위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이라며 "특정 시점의 가격보다 월평균 가격과 평년 대비 흐름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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