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사용사업자' 높은 규제 부담
"사업 형태보다 경쟁 환경 중심 재설계해야"

TV홈쇼핑 산업이 구조적 침체에 빠지면서 TV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 체계를 플랫폼 경쟁 환경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사업자로서 공적 책무를 지면서도 실제로는 쿠팡·네이버쇼핑 등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은 방송법상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분류돼 일정 기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서는 공적 책임과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 지원 실적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받으며 조건 이행 여부도 지속적으로 점검된다. 이 같은 제도는 홈쇼핑이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공공성을 갖춘 방송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재승인 이후에도 각종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만큼 방송사업자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규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은 홈쇼핑의 공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규제로 일정 비율 이상 중소기업 상품을 편성해야 한다. 다만 모바일 중심 소비 환경으로 시장이 바뀐 만큼 운영 방식도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데이터홈쇼핑(T커머스)도 생방송이 제한되고 화면 내 데이터 영역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별도 규제를 적용받아왔다. 정부가 최근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과의 경쟁 환경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홈쇼핑이 아니라 쿠팡과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라며 "시장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반면 쿠팡과 네이버쇼핑, 라이브커머스 등 플랫폼 사업자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재승인 심사나 중소기업 의무 편성, 방송 심의 등 TV홈쇼핑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상품 노출 방식과 판매 시간, 콘텐츠 구성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하지만 적용받는 규제 수준은 크게 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공성 확보라는 규제 취지는 유지하되,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을 반영해 경쟁 여건을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방송과 유통의 경계가 흐려진 현실을 반영한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TV홈쇼핑을 방송산업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실제 경쟁은 플랫폼 유통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방송과 유통의 경계가 흐려진 만큼 규제도 사업 형태보다 실제 경쟁 환경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