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 복붙 감사"…교사 평가권 보장·교원 확충도 촉구

학생부 '복사·붙여넣기(복붙)' 논란이 교육 현장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교원단체가 학생부를 입시 변별 중심의 기록에서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기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교육부를 향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학생에게 장문의 개별 서술을 요구하는 현행 학생부 기재 방식을 폐지하고 학교급별 교육 목적에 맞는 학생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감사원이 서울지역 고교 학생부 중복 기재 사례를 발표하고, 학생부의 상업적 활용을 금지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학생부 제도 개선 요구다.
교사노조는 학생부가 학생의 성장을 기록하는 교육자료가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한 변별자료로 활용되면서 교사뿐 아니라 학생까지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는 학생부의 입시 변별 기능은 갈수록 정교하게 만들면서 민원과 감사, 처분의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런 기형적인 기록은 학생 역시 기록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자신을 증명하도록 내모는 입시 경쟁의 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학생부가 교육적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연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필요한 지원을 기록하면 '왜 부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민원과 정정 요구가 돌아온다"며 "결국 학생부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말이 아니라 써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말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직한 성장 기록이 사라지면서 다음 학년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할 기회마저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에서는 대입과 맞물리면서 학생부 왜곡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희정 전국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사실대로 쓰면 민원, 비슷하게 쓰면 '복붙' 감사, 적게 쓰면 불성실이 된다"며 "모든 학생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입시 서사를 요구하는 제도가 학생부를 '허위매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과목과 기록은 늘렸지만 교원 배치와 학생부·대입제도는 함께 바꾸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학생부를 장문 서술 중심에서 체크리스트와 평가척도, 선택적 서술을 결합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통 역량은 체크리스트 등으로 기록하고 학생의 의미 있는 성장과 변화가 있을 때만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서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 변별 기능 재검토 △학교급별 학생부 체계 마련 △모든 학생 대상 장문 서술 의무 폐지 △교사의 전문적 평가권 보장 △고교학점제로 증가한 기록 업무에 맞춘 교원 확충 등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교 교사 1명이 연간 작성하는 학생부 기록량인 32만6400자(200자 원고지 1632장)를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한 '기록의 벽'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교사노조는 "학생부의 신뢰성은 더 많은 문장을 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충분히 관찰하고 교육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