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솎아내야 시장 산다" vs "투자자·기업 보호 우선"… 칼 빼든 코스닥 딜레마 [시총 200억 데드라인의 덫-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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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비중 높은 코스닥 고려해 사전 개선 기회 줘야
기술특례 기업도 예외 없이 밸류업 공시 부담 가중
미국 트위터·델 사례처럼 상장폐지 우회 방안 필요

정부의 코스닥 상장 폐지 및 퇴출 기준 강화 조치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시행세칙을 개정하며 시가총액 및 주가 미달에 따른 퇴출 기준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스팩(SPAC)을 제외한 기술특례상장 기업 역시 예외 없이 강화된 시총 기준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당장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혁신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통증이 따르더라도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시장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루다 부실 키웠다"…시장 건전화가 최우선 원칙

그동안 코스닥 시장은 한계 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부실의 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퇴출 규정 강화가 코스닥 시장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분석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정상 작동하려면 문제 있는 종목을 진작 걸러내야 했는데, 그동안 부작용이나 피해 우려를 회피하려고 퇴출을 미루면서 부실 문제를 계속 키워왔다"며 "코스닥 시장이 아무 기업이나 검토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지수나 거래 기준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거르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자 손실에 대해서도 엄정한 시장 원칙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주식시장에서는 언제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주식을 잘 모르고 들어왔거나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한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시장의 원칙상 당연하다"며 "선의로 주식을 샀다가 오랫동안 팔지 않아 손실을 본 경우 역시 시장 특성상 투자자의 실수에 해당하며, 실수로 인한 손실까지 정부가 보상해 준다면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상장폐지 절차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전과 관련해서는 제도적 안착을 위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 교수는 "상장폐지 과정에서 분쟁이 생겨 법원 소송으로 가는 것이 원칙적인 해결책이며, 외국처럼 소송을 통해 법원이 명확한 선을 그어주면 그것이 향후 기준이 된다"면서도 "국내에서는 심급마다 판결 기준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 법 개정 등으로 기준이 지속해서 변할 수 있어 시장의 혼동이 가중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 피해 줄일 연착륙 필요

반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의 약 67%를 개인 투자자가 차지할 정도로 개미 의존도가 높은 시장 특성상, 일률적인 퇴출 적용은 자칫 국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당국의 정교한 관리·감독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도드라질 수도 있다"며 "일률적으로 칼로 두부 자르듯이 시행하면 문제점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고,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는 코스닥 특성상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신중하게 접근해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한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며 "일정이 정해졌다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사후약방문식 처벌보다는 사전 관리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금융당국과 코스닥협회가 기업을 잘 들여다보고 개선을 권고하는 관리 감독 조치를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기회를 주는 쪽에 먼저 포커스를 맞춰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특례'도 미봉책...'비상장 전환' 대안 부각

기업 현장의 불안감도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중 하나를 갖추면 상장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장 큰 매출이 없어도 진입은 가능한 반면, 상장 이후에는 정량적 시총 기준에 매몰돼 연구개발(R&D) 대신 주가 관리에 내몰리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이달 2일 시행된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을 자율 공시한 경우에만 5년 차 매출액 미달 및 3년 차 대규모 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를 적용하도록 방침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행정·비용적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정부와 거래소는 이에 맞춰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세부 기준을 순차적으로 마련하며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AI와 우주,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지난해 12월 말 규정 개정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며, 첨단로봇과 K-콘텐츠 분야 세부기준 역시 이달부터 적용되고 있다. 향후 차세대 사이버보안 등 신성장 분야로 세부기준 적용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유행성 산업이라는 이유로 상장·퇴출 기준을 무작정 완화하는 것에 대해 경계감도 있다. 양 교수는 "유행하는 산업이라는 이유로 기준을 너무 완화해 주면 원천적으로 나중에 문제가 될 부실기업들이 들어올 구멍을 넓혀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상장 유지 부담이 큰 유망 기업의 현실적 대안으로 '비상장 전환'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는 2022년 일론 머스크가 약 440억달러에 주식을 전량 매수해 트위터(현 엑스)를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앞서 2013년에는 PC 시장 침체 속에서 클라우드 중심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던 델 테크놀로지스(Dell)가 비상장 전환을 단행한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해 2018년 재상장하기도 했다.

상장폐지가 기준 미달로 거래소에서 쫓겨나는 조치라면, 비상장 전환은 기업의 가치를 믿는 투자자가 지분을 사들여 당장의 공시·규제 절차 부담 없이 기업을 재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양 교수는 "당장 상장 유지 요건이나 지배구조 기준 등을 맞추기 어렵지만 살릴 가치가 있는 유망 기업의 경우, 미국 등 해외처럼 소수의 투자자가 지분을 전량 매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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