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퇴장’ 앤서니 테일러 심판 은퇴…20년·831경기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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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앤서니 테일러 주심.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던 잉글랜드 출신 심판 앤서니 테일러가 20여 년간 이어온 심판 생활을 마무리했다.

테일러는 21일(현지시간) 은퇴를 발표하며 “엘리트 수준에서 경기를 관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다”면서 “압박은 강렬했고 감시와 비판은 끊임없었다. 이제 물러나 내 경력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다.

47세인 테일러는 잉글랜드 국내 대회와 유럽·국제대회를 합쳐 총 831경기에서 심판으로 활동했다. 이 가운데 잉글랜드 국내 경기는 668경기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16시즌 동안 432경기의 주심을 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도 14년간 활동했다.

테일러는 세계 축구의 굵직한 무대를 두루 경험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비롯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2024, FIFA 클럽월드컵 2022·2025 등에 참가했다.

주요 결승전에서도 여러 차례 휘슬을 잡았다. 2020 UEFA 슈퍼컵과 2021 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 2023 UEFA 유로파리그 결승 등을 맡으며 유럽 정상급 심판으로 활동했다.

특히 2023 유로파리그 결승은 테일러의 심판 경력에서 대표적인 논란으로 남았다. 당시 AS로마를 이끌던 조제 무리뉴 감독은 세비야와의 결승전에서 패한 뒤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경기 후 주차장에서 테일러를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테일러와 가족들은 이후 부다페스트 공항에서도 일부 로마 팬들에게 욕설과 위협을 받는 상황을 겪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테일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 가나의 조별리그 경기로 강하게 각인됐다. 한국이 가나에 2-3으로 뒤진 경기 막판 코너킥 기회를 얻었지만 테일러는 그대로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벤투 감독이 이에 강하게 항의하자 테일러는 레드카드를 꺼냈다. 벤투 감독은 퇴장으로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한국은 벤투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테일러는 논란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판단으로도 주목받았다. 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기에서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지자 즉시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해 의료진을 투입했다. 에릭센에게 빠르게 응급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테일러의 마지막 무대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었다. 그는 대회를 끝으로 국제무대와 잉글랜드 축구에서 이어온 심판 경력을 정리하기로 했다.

테일러는 은퇴를 발표하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부심 개리 베스윅과 애덤 넌을 직접 언급해 감사를 전했다.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며 20여 년간 이어진 심판 생활을 돌아봤다.

잉글랜드 국내 경기부터 월드컵과 유럽 주요 결승전까지 세계 축구의 수많은 순간에 등장했던 테일러는 통산 831경기를 끝으로 휘슬을 내려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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