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보증 받아도 연 4~7% 고금리 부담

온라인 국민 제안과 앞선 토론회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및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금융·거래 규제가 사업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구역 35곳(3만1075가구)을 전수 점검한 결과 91.4%에 달하는 32곳이 은행권 대출만으로는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해 시공사 보증이나 별도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곳은 시공사로부터 추가 이주비 보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9곳은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전체 35곳 가운데 14곳, 약 1만4000가구의 이주비 조달이 불확실한 셈이다. 나머지 18곳은 시공사 보증으로 추가 이주비를 확보했지만 연 4~7%대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이주비는 일반적인 주택 구입 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기존 주택을 비우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고, 조합원이 공사 기간 거주할 임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 자금이다. 일부 조합원이라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주가 늦어지고 철거와 착공도 함께 지연된다. 결국 이주비가 막히면 공급도 늦어지는 구조다.
서울에서도 이주비 조달 문제로 사업 일정이 흔들린 사례가 나왔다. 중랑구 면목동 A 모아타운은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마쳤지만, 이주비 대출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4개 조합의 조합원 811명 가운데 1주택자는 515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됐고, 2주택 이상 보유자 296명은 대출이 차단된 상태였다. 시공사도 신용도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지급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주 절차가 지연됐다.
이후 DL건설이 지급보증에 나서 사업이 다시 추진됐지만, 추가 이주비 대출 금리는 연 7.5% 수준으로 책정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상품보다 높은 금리여서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도 커졌다. 시공사 보증을 확보하더라도 높은 이자 비용이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정책과 금융·거래 규제가 현장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실제 공급의 출발점인 이주 단계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재개발·재건축은 지방정부가 인허가와 구역 지정을 담당하지만, 정작 사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중앙정부의 대출 및 거래 규제"라며 "정부가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현장의 제도적 걸림돌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제도 개선이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