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머노이드·방산·우주항공 동시 공략…에스비비테크, 액추에이터로 승부수 [기술 속국 탈출기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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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휴머노이드 시장 본격 개화
“이제는 양산 경쟁의 시대”
감속기 넘어 액추에이터까지
로봇 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

AI을 비롯한 첨단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며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완제품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로봇,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에서 소부장은 기술 한계를 돌파하는 출발점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산업의 소부장 기업 대표들을 릴레이로 만나 기술 변화의 흐름과 시장에 대한 진단을 들어본다. 현장에서 바라본 기회와 위기, 그리고 산업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짚어본다.

20년 뒤에는 모두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닐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지금은 집집마다 로봇이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송진웅 에스비비테크 대표는 14일 천안시 입장 캠퍼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산업을 바라보는 자신의 확신을 20여 년 전 이동통신 시장과 연결해 설명했다. 통신 산업이 휴대전화 보급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로봇 역시 AI를 만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으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상에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에스비비테크도 단순한 감속기 제조업체를 넘어 로봇 구동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송 대표는 원래 로봇 업계 출신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통신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사업 개발을 맡으며 인터넷 사업과 중국 사업 등을 경험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금융이나 정유업계를 선택했지만 그는 통신 산업의 성장성을 먼저 봤다.

완성형 로봇보다 부품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국내 완성 로봇 기업보다 핵심 부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큰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는 "언젠가는 집집마다, 사업장마다 로봇이 있는 시대가 올 텐데 그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했고 답은 감속기였다"며 "에스비비테크가 가진 기술이라면 그 시장에서 반드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처음부터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송 대표가 회사를 옮긴 직후만 해도 협동로봇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확대는 예상보다 더뎠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에는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준비됐지만 제어와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밸런스가 맞지 않다 보니 협동로봇 시장도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에 이어 피지컬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로봇 산업도 본격적인 변곡점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송진웅 에스비비테크 대표가 14일 천안시 입장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천안=이수진 기자 abc123@)

“AI 만나 휴머노이드 시장 급변…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

송 대표는 "예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회에서 한 가지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몇 달 동안 학습을 시켰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의 동작을 며칠 만에 구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AI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된 것처럼 피지컬 AI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AI 학습 인프라 확대가 이러한 변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지방정부가 직접 로봇 트레이닝센터를 만들어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런 인프라들이 빠르게 구축되면서 과거 로봇 산업이 겪었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서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는 로봇 기업들도 기술 개발 자체보다 어떻게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 단가를 낮출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시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에스비비테크의 경쟁력도 단순히 하모닉 감속기 자체에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열리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부품과 공급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모닉 감속기는 일본 업체들이 60년 가까이 시장을 이끌어온 분야인 만큼 아직도 마지막 기술적인 차이는 존재한다"면서도 "일반적인 제품 성능만 놓고 보면 일본 선도 업체 수준까지는 충분히 따라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는 감속기 아닌 구동 솔루션 경쟁”

실제 시장의 경쟁 방식도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누가 더 좋은 감속기를 만드느냐가 핵심이었다. 이후에는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제는 휴머노이드 시대를 맞아 고객이 원하는 구동 솔루션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에스비비테크도 2~3년 전부터 전략을 바꿨다. 기존 하모닉 감속기에 더해 초소형 유성감속기까지 동시에 개발·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휴머노이드와 마이크로 모빌리티, 다족보행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하모닉 감속기와 소형 유성감속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글로벌에서도 하모닉 감속기와 초소형 유성감속기를 모두 설계부터 가공, 양산까지 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저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두 제품군을 모두 공급할 수 있어야 원하는 구동 솔루션을 모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삼성·LG 참전…새 공급망 열렸다”

이 같은 변화는 로봇 산업의 주도권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고 했다. 과거에는 일본 등 전통적인 로봇 제조사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로봇을 구매해 사용하던 기업들이 직접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테슬라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엔드유저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의 중심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기존 로봇 업체들이 만들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국내 부품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미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이, 협동로봇 시장은 중국이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쉽지 않지만, 휴머노이드 시장은 이제 막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기존 시장은 이미 고착화돼 신규 업체가 들어가기 쉽지 않았지만 엔드유저들이 직접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공급망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에스비비테크는 비교적 일찍 이 시장에 집중했고 현대차 등과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온 것이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진웅 에스비비테크 대표가 14일 천안시 입장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천안=이수진 기자 abc123@)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 속도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3만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로봇 한 대당 20개 안팎의 액추에이터가 들어가고, 그만큼 감속기 수요도 새롭게 발생한다"며 "현재 전 세계 하모닉 감속기 생산량과 비교해도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와 LG전자 등도 양산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만들어질 시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지금은 생산능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방산·우주항공까지…로봇 모션 전문기업 도약”

에스비비테크의 또 다른 성장축은 방산이다. 실제 회사가 초창기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에도 방산 분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 대표는 "국산 감속기를 처음 시장에 내놓았을 때 민수 시장에서는 새로운 부품을 적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반면 방산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분야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현대전의 양상이 변화하면서 정밀 감속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확대되면서 무인 사격 시스템과 드론 탐지 장비, 각종 정밀 구동장치에 초정밀 감속기가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탱크 위에서 사람이 직접 사격했다면 지금은 탱크 내부에서 원격으로 정밀하게 조준하는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며 "드론 탐지 장비 역시 안테나를 매우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감속기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머노이드와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미래 성장축이라면 방산은 이미 매출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축"이라며 "현재도 다양한 방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미래 전략도 감속기 전문기업이라는 틀에 머물지 않는다. 송 대표는 "이미 감속기 전문기업이라는 표현은 넘어섰다"고 단언했다.

그는 "2~3년 전 내부 비전으로 '비욘드 하모닉 드라이브(Beyond Harmonic Drive)'를 제시했다"며 "하모닉 감속기를 기반으로 유성감속기와 액추에이터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로봇 구동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액추에이터가 미래 경쟁력…메카트로닉스 기술 강화”

특히 앞으로는 감속기 자체보다 액추에이터 기술이 회사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감속기와 모터, 제어 기술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감속기 업체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가 있다는 판단이다.

송 대표는 "액추에이터 업체마다 출발점이 다르다. 모터 회사는 모터에서 시작하고 제어 회사는 전자기술에서 시작하지만 저희는 감속기에서 출발한다"며 "감속기에 센서를 결합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액추에이터 성능 개선으로 연결하는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능력 5~10배 확대 준비…2027~2028년 흑자 기대”

이 같은 전략에 맞춰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상장 이후 생산설비와 시험평가 장비를 대폭 확충했고 연구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역량이 거의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신규 개발 요청이 많다"며 "다가올 시장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5배, 10배 규모의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 분야도 새로운 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우주 환경은 일반 산업과 요구 조건이 전혀 다르다"며 "현재 글로벌 기업과 우주항공용 하모닉 감속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매출을 예상하는 한편, 지속적인 투자 결실이 가시화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 대표는 "적자가 이어졌던 것은 미래 시장을 대비해 설비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7년 말에서 2028년 전후에는 흑자 전환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투자뿐 아니라 필요한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다가올 로봇 시대에 고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로봇 모션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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