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美에 1000억달러 추가 투자 확정⋯삼성전자에는 ‘위기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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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1000억달러(약 147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이로써 총 투자 규모는 2650억달러(약 397조5000억원)에 달하게 됐다. 현지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는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사업에서 시장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TSMC의 미국 대형 고객사 선점은 우리 기업에게 부담이될 것으로 관측된다.

웬델 황(黃仁昭)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고객들의 강한 수요, 다년간의 구조적 수요를 계속 관찰 중"이라며 "애리조나 사업 진행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추가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격적 설비투자와 급증하는 이익률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TSMC가 장기 수요 전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황 CFO는 "우리는 고객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경쟁사에 시장을 내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SMC의 총 투자금액 2650억 달러는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TSMC, 반도체 美 생산과 첨단 패키징 주력

TSMC는 추가 투자금을 활용해 애리조나에 최소 4개의 반도체 생산공장과 첨단 패키징 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이 완성되면 애리조나에는 반도체 생산ㆍ패키징 시설 12곳과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애리조나 1공장은 가동 중이다. 웬델 황 CFO는 "이 공장의 수율이 대만 주력 공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밝힐만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2공장은 조만간 장비 반입을 시작하고, 3공장은 현재 건설 중이다. 4공장 건설과 첫 첨단 패키징 시설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비즈니스 매체 쿼츠 등에 따르면 추가 1000억달러 추가는 5공장을 시작으로 한 추가 설비 구축, 기존 공장의 증설, 2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 추진 등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TSMC가 투자 규모를 다시 키운 가장 큰 배경은 AI 반도체 수요의 증가세다. 황 CFO는 고객사 수요를 “수년에 걸친 구조적 수요”라고 표현했다. AI 열풍이 단기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을 바탕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설계기업 대부분은 최첨단 제품 생산을 TSMC에 의존하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TSMC의 생산능력이 사실상 글로벌 AI 인프라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구조다.

TSMC의 호실적도 이런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220억달러(약 32조5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약 77% 증가한 규모다. 매출에서는 고성능컴퓨팅 부문이 호실적을 냈다. 전체 매출의 약 66%가 여기에서 나왔다. TSMC는 강한 AI 수요를 근거로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을 종전 30% 수준에서 40% 이상으로 높이고, 연간 설비투자 계획도 600억∼640억 달러로 상향했다.

TSMC의 이번 추가 투자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이번 투자 확대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라는 정책이 낳은 성과"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절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이 대만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경제안보 위험으로 보고 있다. TSMC의 애리조나 투자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AI와 국방산업에 필요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美 현지 첨단 패키징 시설 확충이 핵심

이번 투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첨단 패키징 시설의 확충이다. AI 반도체는 미세공정만큼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웨이퍼를 생산하더라도 패키징을 위해 아시아로 다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애리조나에 패키징 시설까지 들어서면 미국 안에서 AI 반도체의 생산과 조립을 마칠 수 있는 공급망이 생긴다. 이는 엔비디아와 애플, AMD 등 미국 고객사들의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애리조나 사업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비용이 대만보다 높다. TSMC는 미국 정부와 협력해 인력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공장이 계획대로 가동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도 변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AI 반도체와 제조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TSMC는 자사가 생산한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의 AI 프로세서에 들어간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미국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제한적인 반격 기회"

한국 반도체 산업도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늘어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도 시장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TSMC가 미국 내 첨단공정과 패키징 생태계를 선점하면 삼성전자의 부담은 커진다. TSMC는 경쟁사를 인정하면서도 자사의 경쟁력이 더 강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세공정 수율과 첨단 패키징 기술, 미국 테일러 공장의 가동 경쟁력을 서둘러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삼성전자에게는 이번 TSMC의 추가 투자가 위기이자 반전의 기회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TSMC가 미국에서 선단공정과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있다"라며 "TSMC의 기업가치는 이미 삼성전자의 2배에 육박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재무 여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전의 기회도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SMC의 미국 추가 투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고객 선점과 투자 격차 확대라는 직접적인 압박을 준다"면서도 "AI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수요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제한적인 반격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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