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물류·농업 이어 의료현장까지 확산
고령화·인력난에 근로자 부상 예방 주목
등산·운동용 제품 등장…소비시장도 넘봐

5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육군이 과거 개발하던 전신형 외골격 2종과 다리·엉덩이용 외골격 1종은 모두 개발이 중단됐다. 배터리와 무게, 복잡한 구조 등의 한계로 영화 속 ‘만능 슈트’를 현실에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골격 업계는 대신 발상을 바꿨다. 전신의 힘을 증폭시키기보다 손과 허리, 팔, 무릎 등 특정 부위와 작업에 집중했다. 배터리와 구동장치, 센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제품은 가벼워지고 착용하기 편해졌다.
대표적인 제품이 네덜란드 스켈렉스의 전동 장갑 ‘아이언핸드’다. 손가락과 손바닥의 센서가 압력을 감지하면 5개의 소형 모터가 케이블을 당겨 사용자의 악력을 높인다. 산업재해로 손의 힘이 약해진 근로자도 자재를 나르고 전동드릴 같은 공구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9995유로(약 1600만원)에 달하지만 2024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세계 약 200개 기업이 도입했다.
독일 저먼바이오닉의 ‘엑시아’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자의 허리 등을 보조하는 일종의 ‘외부 척추’다. 공장과 창고, 화물운송업체 등 약 300개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환자를 반복해서 들어 올려야 하는 간호사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손상된 신체 기능 자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라이프워드의 ‘리워크’는 척수 손상 환자가 일어서거나 걷고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다리 움직임을 보조한다. 미국 마이오모의 ‘마이오프로’는 피부에 부착한 전극으로 미세한 근육 신호를 읽은 뒤 모터를 작동시켜 마비된 팔과 손을 움직인다. 지금까지 약 4000대가 출하됐다.
외골격의 영역은 산업·의료를 넘어 일반 소비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스킵은 등산객의 무릎을 보조하는 1㎏ 미만 외골격 ‘모고(MO/GO)’의 출하를 준비 중이다. 미국 데피는 올해 1월 발목 움직임을 돕는 전동 신발 ‘사이드킥’을 출시했다. 나이키도 데피와 손잡고 운동할 때 적은 힘으로 더 빠르고 멀리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전동 신발을 개발 중이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외골격 시장 확대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육체노동에 따른 부상을 줄이면서 고령자나 신체 능력이 떨어진 근로자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근로자 사이에서도 회사 일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외골격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외골격을 착용한 근로자에게 더 힘든 작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특정 신체 부위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다른 관절에 힘이 집중될 위험도 있다. 장기간 착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영화 속 전신형 ‘전투 슈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필요한 신체 부위만 돕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외골격의 상용화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전신형 외골격과 달리 기능을 단순화한 현재의 외골격은 시장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