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잇따르면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프로셰어즈(ProShares)와 렉스셰어즈(REX Shares) 등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SK하이닉스 ADR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잇달아 출시했다. 월가에서는 이른바 ‘SK하이닉스발 파생상품 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 상품 출시는 홍콩 금융시장에서 먼저 흥행 돌풍을 일으킨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성공 방정식이 월가로 전이된 결과다. 홍콩 CSOP자산운용이 출시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순자산총액(AUM)이 한때 24조원에 육박하며 전 세계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중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가장 강했던 미국 테슬라 관련 레버리지 상품의 자금 규모마저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미 뉴욕 증시에는 프로셰어즈 외에도 레버리지 셰어즈, 디렉시온(Direxion) 등이 관련 상품을 상장했거나 상장할 예정이다. 그래나이트셰어즈와 코기펀즈 등도 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까지 동시에 출시된다.
동시 출시 전략의 이면에는 자산운용사들의 철저한 상업적 계산과 수익 극대화 전략이 깔려 있다. 운용사들은 SK하이닉스의 장기적인 방향성에 확신을 갖고 상품을 설계하기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에 따라 극대화되는 주가 변동성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상승과 하락 양방향 상품을 모두 구비해 두면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양쪽 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거래 수수료와 매매 차익을 모두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노렸다.
문제는 이러한 초고위험 파생상품의 범람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강력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에서 거래되는 ADR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한국 시장이 문을 닫은 야간 시간대의 미 증시 상황에 따라 대규모 환매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매물이 발생한다. 이는 국내 본장의 수급 불안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미 증시 종료 후 형성된 ADR 가격이 다음 날 한국 본장의 SK하이닉스 시초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본장의 기초자산 가격이 야간 뉴욕 시장의 파생상품 거래량과 재조정 수급에 의해 역으로 좌지우지되는 본말전도 왜곡 현상이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ADR 시장의 파생상품 매매가 한국 본주에 직접적인 수급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ADR과 본주 사이의 괴리율이 고무줄처럼 크게 벌어질 경우 시장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비정상적인 괴리율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심리가 움직이면서 SK하이닉스 본주의 변동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