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물맛 좋네”…두 바퀴 수영 후 123층 타워 오른 ‘롯데 아쿠아슬론’ 철인들[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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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 1.5㎞ 헤엄친 뒤 롯데월드타워 2917개 계단 도전
부부 참가자부터 칠순 최고령 여성 참가자까지 약 1000명 출전
롯데·송파구 노력으로 수질 개선…“지난해보다 호수 물 맛 좋아”

▲2026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가 12일 석촌호수에서 나오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12일 오전 5시 30분, 해가 이제 막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은 일찌감치 사람들로 붐볐다. 평소에도 러닝과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이날 풍경은 달랐다. 수영복 위에 겉옷을 걸친 참가자들이 잔디밭 곳곳에서 가볍게 달리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석촌호수를 헤엄친 뒤 롯데월드타워 123층까지 오르는 ‘제5회 롯데 아쿠아슬론’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개회식을 앞두고 만난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부부 참가자인 이지연 씨(41)와 하동훈 씨(43)는 한강 수영과 계단 훈련을 병행하며 이날을 준비했다. 이 씨는 올해부터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하 씨는 1회 대회부터 꾸준히 참가해왔다.

두 사람은 평소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훈련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서로를 도왔다. 이 씨는 남편의 장점으로 “무슨 일이든 끈기 있게 도전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꼽으면서도 “잔소리가 너무 많다”고 웃었다. 하 씨는 아내에 대해 “식단 관리를 잘한다”면서도 “제 조언을 잘 듣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운동하면서 가족의 일상도 달라졌다. 하 씨는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혼자 운동하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부부가 함께하니 훈련 일정을 조율하기 좋고 서로 눈치도 덜 보게 된다”며 “가족적인 측면에서도 함께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열린 2026 롯데 아쿠아슬론 개회식 무대에 올라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물산)

오전 6시 개회식이 시작되자 수영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잔디광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 돌아 총 1.5㎞를 수영한 뒤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까지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수직마라톤에 도전했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진행됐고 치어리딩팀 포시즌의 스트레칭과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팔과 허리를 풀자 잔디광장에는 출발 전 긴장감 대신 박수와 웃음이 번졌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는 축사를 통해 “롯데 아쿠아슬론이 환경과 도심의 조화를 상징하는 이색 스포츠 대회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번 대회는 롯데와 송파구가 함께 추진한 수질 개선 사업의 성과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젠스 관계자가 12일 친환경 수질개선 물질인 '나노젠스'와 '바이오젠스'를 투여하는 수질 개선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석촌호수 수질 개선에는 롯데와 송파구가 함께 추진한 정화 사업이 뒷받침됐다. 호수에 주 2회 친환경 수질 개선 물질인 ‘나노젠스’와 ‘바이오젠스’를 투입해 수질을 관리하면서 도심 호수에서 수영대회를 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롯데물산은 이번 대회를 전후로 수질 개선 성과를 알리는 ‘RE:LAKE(리:레이크)’ 캠페인도 진행했다. 이달 8일부터 롯데월드몰 실내 미디어와 미디어큐브, 가로등 배너 등을 통해 맑아진 석촌호수 전경과 ‘RE:LAKE 수질을 맑게, 석촌을 밝게’라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선보였다.

장 대표는 “석촌호수는 수질환경기준 대부분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았고 물고기가 보일 만큼 맑아져 거위들이 머무는 모습도 새로운 상징이 됐다”며 “달라진 석촌호수의 모습을 수영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멋진 추억과 기록을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6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들이 12일 석촌호수 동호로 이동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1.5㎞를 수영하고 123층 건물의 계단을 오르는 아주 특별한 대회”라며 “롯데와 송파구가 협력해 석촌호수를 1급수 수준으로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서 구청장은 “현재 수온도 약 24도로 수영하기 좋은 상태”라며 “달콤한 아침잠을 반납하고 참가비까지 내며 이 자리에 선 여러분이야말로 이미 챔피언”이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맹호승 대한철인3종협회장은 “이 자리에 선 모든 참가자가 용기와 열정을 지닌 주인공”이라며 “기록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회 개회를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에 참가한 안봉준 씨(37)는 출발을 앞두고도 수영 구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2024년과 2025년 수직마라톤 부문에서 우승한 바 있다. 올해 아쿠아슬론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수영 기록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철인3종 경기와 인터벌 훈련을 병행하며 지구력과 심폐 기능을 끌어올렸다.

안 선수는 “사전 수영 때 들어가 보니 물 상태가 매우 좋았고 지난해보다 물맛도 좋아진 것 같았다”면서도 “호수는 바다보다 심리적 압박감은 덜하지만 민물은 밀도가 낮아 몸이 잘 뜨지 않아 수영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칠순을 맞아 참가한 김평순 씨(68)도 참가자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평소 주 6일 운동하고 하루를 쉬는 방식으로 체력을 관리해온 김 씨는 수영장 훈련과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병행했다.

김 씨는 “수영장에서는 수영에 자신이 있었는데 전날 호수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오히려 계단 오르기가 더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에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많다고 운동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면 체력은 충분히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역대 최고령 참가자인 차인택 씨(79)도 출발선에 섰다. 차 씨는 “80세를 앞두고 석촌호수 물맛을 보고 롯데월드타워 2917개 계단을 접수하러 왔다”며 “평소 철인3종대회에 100회 이상 참가하며 건강을 관리해온 덕분에 편하게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6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가 12일 석촌호수에서 롯데타워로 이동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개회식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하나둘 석촌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등 뒤에는 롯데월드타워가 솟아 있었고 참가자들이 넘어야 할 두 구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 한복판의 호수와 초고층 빌딩을 잇는 이색 레이스가 이른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참석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응원하자 참가자들이 차례로 석촌호수에 몸을 던졌다. 수영복 차림의 선수들이 ‘풍덩’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더위가 가시는 듯했다. 수심은 약 4~5m로, 호수 곳곳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참가자들은 석촌호수 동호 한 바퀴를 돈 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두 번째 바퀴에 나섰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고개를 흔들거나 손목의 스마트워치로 기록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는 스스로 기합을 넣거나 박수를 치며 다시 물살을 갈랐다. “13분, 13분”이라며 첫 바퀴 기록을 서로 확인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파이팅”이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반면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한 참가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 밖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장 먼저 두 바퀴를 완주하고 바꿈터에 들어선 선수는 참가자와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롯데월드타워로 향했다.

▲2026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가 12일 롯데타워 123층에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롯데타워를 걸어 오르는 여정은 수영 직후 시작되는 만큼 더욱 고됐다. 물기를 채 닦지 못한 참가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피니시라인의 풍경도 제각각이었다. 일부 참가자는 소리를 지르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하거나 브이(V), 엄지, 주먹을 치켜드는 등 저마다의 동작으로 완주를 자축했다.

정확한 기록이 나오기 전부터 참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작년보다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첫 출전인데도 “생각보다 잘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참가자도 있었다.

올해 대회 남자부에서는 김완혁 씨가 42분 59초로 1위에 올랐다. 김 씨는 수영 구간을 19분 24초, 전환 구간을 2분 20초, 스카이런을 21분 16초에 통과했다. 여자부에서는 김태향 씨가 46분 58초로 우승했다. 김 씨의 구간별 기록은 수영 19분 53초, 전환 2분 56초, 스카이런 24분 9초였다.

2024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완혁 씨는 “석촌호수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했고 해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수질이 가장 좋았다”며 “60층 구간이 가장 힘들었지만 기록을 단축하며 다시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함께 남녀부별로 1등 100만원, 2등 70만원, 3등 50만원 상당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 제품이 제공됐다. 대회 기록은 대한철인3종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등재된다.

▲여성 1위 김태향 씨, 남성 1위 김완혁 씨가 2023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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