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SK하이닉스의 ADR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다. ADR 1주는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공모가는 전날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 218만6000원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1509.9원을 적용했다.
이번 공모 규모는 265억700만달러, 원화 약 40조원에 달한다. 이는 알리바바의 25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로,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가운데 사상 최대다. 미국 IPO 전체 기준으로는 스페이스X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 420만 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아직 정상은 멀었다”며 미국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KB증권은 1997년 미국에 ADR을 상장한 TSMC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 ADR이 본주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본주와 ADR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 수요가 이어지면서 본주와 ADR이 함께 재평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희소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KB증권은 메모리 업황도 낙관적으로 봤다. 2027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각각 7%, 4% 증가에 그치는 반면 수요 증가율은 각각 17%, 1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증가는 제한적인데 수요는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6년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BNK투자증권의 시각은 정반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와 목표주가 185만 원을 유지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207만6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목표가는 현재가보다 10.9% 낮다.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BNK투자증권은 AI 서버향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아직 공급 부족 시황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최근 메타가 프런티어 모델을 포기하고 잉여 인프라를 외부 판매로 돌렸는데 자금조달 어려움과 성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다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ADR 상장에 대한 평가도 갈렸다. KB증권은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와 본주·ADR 동시 재평가를 기대했지만, BNK투자증권은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 연구원은 “해외 현지 거래 편의성은 제공하지만 원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목표주가 420만 원과 185만 원의 간극은 AI 사이클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전망”이라며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고, 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전망”이라며 “내년 이후 밸류에이션은 싸지 않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