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정치 일정이 공학적 검증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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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토론회
김경기 교수 "팹은 속도전이지만 전원은 장기전"
원전·송전망 구축 기간도 입지 선정 변수 제기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Part 1. 전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김형탁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안홍상 산업통상부 반도체과 과장,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경기 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 김종안 한국전력공사 계통연계실 실장, 오세일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손희정 기자 sonhj1220@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전력 인프라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전력·용수·인력 등 반도체 생산의 필수 조건을 먼저 검증한 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기 대구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Part 1. 전력' 토론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5년 정권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100년의 문제"라며 "입지가 전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력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발표한 뒤 전력과 용수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현재의 접근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입지를 먼저 정한 뒤 전력과 용수를 맞추는 방식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며 "전력·용수·인력 등 반도체 생산의 필수 조건을 먼저 검증한 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지역이 아니라 정치 일정이 공학적 검증보다 앞선 절차"라며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 결과가 공개돼야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전력 인프라 구축에는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추진 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팹은 속도전이지만 전원은 장기전"이라며 "대형 원전은 건설에 통상 7~8년이 걸리고 소형모듈원전(SMR)도 인허가와 안전 심사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 조성 일정과 전력 인프라 구축 일정 사이의 시간 차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임기 내 사업 추진보다 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기 대구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Part 1. 전력'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d)

그는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는 일반 산업시설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정부 계획대로 서남권에 메모리 팹 4기가 들어설 경우 6.3GW 규모의 상시 무정전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1.4GW급 대형 원전 약 4.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것과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평균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서도 입지 선정 절차를 둘러싼 의견이 이어졌다. 김형탁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후보지를 제시하고 기업이 검토한 뒤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더 납득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며 "임기 내 추진과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사업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 점도 아쉬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기업 투자에 맞춰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홍상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 과장은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은 기업이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적기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도별 전력 수요를 반영해 법정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등을 통해 인프라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국내 전력망이 전국 단일 계통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김종환 한전 계통기획처 실장은 "우리나라 전력망은 지역별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계통으로 연결돼 있다"며 "수요와 발전 계획에 맞춰 송전망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증가할 전력 수요에 대해서는 발전설비 확충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논의가 이뤄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토론 좌장인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기업이 투자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프라를 구축해주면 가겠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라며 "오늘 제기된 전력과 송전망, 절차 등에 대한 의견이 향후 정책과 입법 과정에서 함께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기업이 결정했으니 정부가 따른다는 방식보다 국가가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 방식의 입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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