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까지 360척 이상 신규 함정 필요
1600조 규모 美 방산 시장 참여 계기 될 수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계에 함정 건조·설계 역량을 공식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국내 특수선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이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을 국내 조선사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RFI 형식으로 조선소들에 함정 역량을 문의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과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 논의를 시작한 이후 첫 사례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I는 미국 행정부가 계획 수립을 위해 구체적인 가격이나 인도 조건, 그 외의 중요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로 알려졌다.
이에 특수선 제조 역량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이미 지난달 각각 자신들의 전투함 설계 및 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유함의 경우 삼성중공업까지 국내 조선 3사 모두 미국 측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보요청에 건조 실적, 설계 인력과 역량, 연간 건조 가능 규모(캐파) 등 조선소의 현재 상태를 포괄적으로 설명해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발간한 ‘미 해군 함정 건조 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군은 296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간 예상 퇴역 함정 숫자까지 고려하면 360척 이상의 함정을 새로 건조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은 총 1조750억달러(약 1617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함선 도입에 나선다면 최근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에는 새로운 수주를 따낼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잠수함 수주 실패 원인이 국내 조선사들이 독일 TKMS에게 기술력이 뒤떨어져서가 아닌 정치적 측면이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력이 미국 함정 수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RFI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군함 건조 가능 여부를 언급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기에, 당연히 가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캐나다 때와는 달리 정치적인 요인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함정 관련 법 규제가 완화될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올 수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함정의 해외 조선소 건조는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따라 사실상 막혀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