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다음은 AI칩·첨단패키징…中 다음 승부수 [중국 반도체 굴기 2026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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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넘어 컴퓨팅 인프라까지
첨단 패키징·AI+ 정책 동시 육성

AI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과거 성숙 공정과 범용 제품에 머물렀던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 인재 확보를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한국 기업을 위협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특수가 언젠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떤 경쟁 환경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호황이 끝난 이후에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중국의 반도체 경쟁이 개별 기술 확보를 넘어 AI 시대를 이끌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칩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AI 인프라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며 차세대 반도체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 플러스(AI+)' 행동계획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AI를 제조업과 의료, 교통 등 산업 전반에 접목하고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규모 내수시장과 방대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기반으로 AI가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를 개별 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AI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국도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첨단 노광장비(EUV) 규제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전환이 쉽지 않자 중국은 첨단 패키징에 힘을 싣고 있다. 여러 개의 구형(레거시)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칩렛(Chiplet) 기술과 3D 패키징으로 미세공정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 3기' 등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첨단 패키징이 미세공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 파운드리가 7나노급 AI칩 생산 과정에서 수율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정책의 초점도 달라졌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이 기술 개발 자체보다 산업체계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개별 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설계와 생산, 장비, 소재, 응용 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가 이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프로젝트인 '동수서산(東數西算)'을 앞세운 AI 인프라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동부 지역에 집중된 데이터 처리 수요를 서부의 풍부한 전력과 부지를 활용해 분산하는 사업으로, 전국 단위 데이터센터와 국가 컴퓨팅 허브를 구축 중이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확산으로 폭증하는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AI 모델 개발부터 서비스 운영까지 아우르는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AI 칩과 첨단 패키징, 컴퓨팅 인프라를 연계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응용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AI 산업이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정책 지원과 초기 시장 형성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며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기업은 중국의 추격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에 대비해 기술력 제고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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