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도 조롱거리로”…비극을 소비하는 아이들 [배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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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역사 접하는 아이들…42.3% “유튜브·숏폼”
왜곡된 정보 검증은 부족…조롱의 언어 학교까지 확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사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을 특정 학교나 일부 학생의 문제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하는 표현이 온라인을 넘어 학교 현장으로까지 확산한 현실이 확인되면서 청소년들이 역사를 접하는 환경과 학교 교육의 역할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교육부 의뢰로 박진동 강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민주시민 역사교육 현황과 방향 탐색’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고생 1만1788명 가운데 42.3%(복수응답)는 학교 밖에서 역사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주요 경로로 유튜브·숏폼 콘텐츠를 꼽았고, TV·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32.9%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접한 정보를 스스로 검증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교과서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역사 정보를 접했을 때 교사에게 직접 질문해 확인한다는 학생은 7.0%, 인터넷 검색이나 책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는 학생은 19.8%에 그쳤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특정 학생들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역사를 접하는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유튜브와 숏폼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역사를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콘텐츠의 사실 여부와 역사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경험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유튜브나 숏폼을 보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에서 다양한 역사 정보를 접하는 만큼 학생들 스스로 무엇이 사실인지, 어떤 근거와 증거가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역사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중·고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8%는 학교 내 극우화된 혐오 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는 응답도 80.2%에 달했다. 전·현직 대통령 비하, 정치·역사 왜곡, 지역 비하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온라인에서 형성된 문화가 학교 안으로 유입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이 역사적 비극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보다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표현을 또래 문화 속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따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형성된 10대들의 놀이 문화가 학교 현장으로 그대로 옮겨온 측면이 있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상징, 문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기 어려워서 이를 모방하고 퍼 나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학생들은 역사적 감수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 교육과 계도를 통해 더 큰 사회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역사를 접하는 환경과 학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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