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땐 62개 점포 분리 매각 나설 듯 [문닫는 홈플러스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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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으로 시민들이 출입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유통업계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가 14일 이내에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해 즉시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면 법원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고, 회사는 법정관리 대신 파산·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차입금 담보로 설정한 홈플러스 62개 점포를 분리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홈플러스에 최종 파산을 선고하면 파산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메리츠금융이 신탁 담보로 잡은 62개 점포는 채권자 배분 대상 자산에서 제외된다. 신탁 담보는 파산재단의 일반적인 경매 절차에 포함되지 않고,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신탁자산으로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홈플러스에 빌려줬다.

담보 구조상으로는 메리츠의 회수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3조6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보다 1조1700억원가량 웃돈다고 평가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추산한 청산가치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점포의 가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 부동산의 실질 가치가 차입금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홈플러스 회생 여부와 무관하게 메리츠는 원금 회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회생 신청 이후 적용되는 높은 연체 이자율까지 포함하면, 청산이 메리츠에 재무적으로 더 유리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담보권 실행이 곧바로 대규모 일괄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점포 폐점을 전제로 한 자산 매각은 노조 반발과 지역 상권 위축, 정치권의 비판 여론을 동반할 수밖에 없어 메리츠 입장에서도 처분 부담이 적지 않다. 매각에 나서더라도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사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 업황 침체 속에서 남은 점포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IB업계는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물류센터·오피스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본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 전 매각한 동대문 점포의 경우 49층 규모의 공동주택·복합시설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용도 변경과 매각 자체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점포를 주상복합 등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는 개발 사업자들이 알짜 부지 점포를 중심으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종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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