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입 닫은 美연준, 더 무서워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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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연준 '포워드 가이던스' 사실상 폐지
사전 시그널 없이 기준 금리 의결
고용ㆍ환율ㆍ물가 등 지표 중요성↑

미국 시장의 주요 경제지표와 정책 가운데 핵심은 기준금리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벽녘에 발표되는 기준금리에 주요 경제 매체가 밤잠을 줄이며 속보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건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기업은 빚내기 어려워지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습니다. 투자자는 투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겨가기도 하지요.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집니다. 특히 기술주와 성장주는 먼 미래의 이익을 앞당겨 평가받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거꾸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 할인율 부담이 줄고, 주식시장에는 다시 온기가 돌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시그널은 시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인지, 멈출 것인지, 내릴 것인지 뉘앙스가 시장의 방향성을 바꿉니다.

그래서 연준 의장의 한마디는 속된 말로 주식시장을 들었다가 내려놓을 수 있는 셈이지요. 시장에서는 단순한 발언을 넘어 표정과 눈빛, 질문에 대한 즉답 여부, 망설임까지 분석하고 파고듭니다.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최근 연준 새 의장으로 취임한 케빈 워시는 그 신호를 걷어내겠다고 합니다. 섣불리 시장을 예측할 수 없도록, 그래서 투기 자본의 부당 이익을 막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워시 의장은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회의실 문이 닫힌 뒤 FOMC 위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단순한 ‘말 아끼기’가 아닙니다. 연준의 소통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지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꽤 친절했습니다. 금리 방향성을 수개월 전부터 미리 암시하고 자산 매입의 속도를 예고했습니다. 긴축과 완화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방향을 고정했습니다. 심지어 단계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지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인데요. 그런데 신임 연준 의장은 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난달 취임 직후 첫 FOMC에서도 금리 경로와 방향성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로이터통신은 “워시 체제의 연준은 더 불투명해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다만 정책 유연성 확보라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워드 가이던스는 연준이 스스로 만든 족쇄”라며 “새 의장이 이를 되돌리려 한다”고 짚었습니다. 뉴욕포스트는 “이전 연준 의장들과 달리 더 암호적인 소통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요.

결과적으로 기업 실적보다 연준 의장의 발언과 어조에 더 크게 베팅했던 자본시장이 당분간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연준 의장의 발언과 행동을 분석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 실적과 사업 전망, 재무제표가 더 중요해진 셈이지요. 그만큼 경제지표 하나하나의 무게가 커질 겁니다. 고용과 물가ㆍ유가ㆍ임금ㆍ소비 지표가 다시 시장의 나침반이 된다는 뜻입니다. 중앙은행의 입이 아니라 경제의 실질적 수치가 자본시장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물론 위험도 있습니다. 소통이 줄어들면 오해가 늘어난다는 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해는 변동성을 낳고, 변동성은 금융시장의 긴장을 키웁니다. 특히 부채가 많은 기업과 신흥국에는 작은 금리 전망 변화도 큰 충격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연준이 입을 닫는 순간 시장은 더 많은 상상으로 빈칸을 채워 넣게 됩니다. 말하지 않는 연준의 시대, 이제 시장은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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