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세계 지수 대비 가치, 9·11 테러 이후 최저
내수 부진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영향
AI 하드웨어 기업 부족·정부 규제도 원인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중국지수는 올해 들어 15%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주에는 MSCI 세계지수 대비 상대 가치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비중이 가장 큰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각각 29% 이상 급락했고 전체 시가총액은 3370억달러(약 521조원) 증발했다.
이 같은 부진은 시장의 많은 전문가가 연초 내놓은 전망과는 다르다. 골드만삭스는 MSCI 중국지수가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롬바르드오디에도 중국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을 반영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선호’로 상향했다. 대체로 시장에선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랠리를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한국, 대만, 일본 증시가 17~99% 상승하며 강세를 보인 것과 다르게 중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제럴드 간 리드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주식은 올해 우리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부담 요인 중 하나였다”며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대표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국가 간 증시 성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매우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중국 증시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소비 둔화가 지속하면서 인터넷 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점이 한 가지 이유다. AI 열풍에 동참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형 플랫폼 기업보다 반도체 기업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부족한 중국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최근 국경 간 자금 이동 규제를 강화해 홍콩 투자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규제 리스크도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지금의 하락세는 중국 최대 IT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하는 시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텐센트는 올해 설비투자를 최소 두 배로 늘려 360억위안(약 8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수년간 38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증시 부진은 최근 활기를 띠던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대표 우량주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올해 약 6% 상승하는 등 상대적으로 견실한 편이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여기도 상황은 좋지 않다. 10개 업종 가운데 8개 업종이 하락세를 나타냈고 특히 소비 관련 기업들은 20% 넘게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자 첨단기술 강국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자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구조적으로 식어 지난해 증시 호황이 먼 과거의 일이 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종을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