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걸려도 안 고친다⋯‘반복 제재’ 조합만 133곳 [신협, 그들만의 왕국 ⑤]

기사 듣기
00:00 / 00:00

신협은 전국 800여 개 지역조합을 거느린 대표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주인’을 표방하지만,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반복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논란은 신협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본지는 법원 판결문과 전국 신협 조합 전수조사 결과, 제재 공시 등을 분석하고 현직 직원과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했다. 고문제도·상임임원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왕국’을 떠받쳐 온 신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허점을 짚어본다.

최근 3년간 조합 362곳 제재⋯7곳은 총 5차례 문책
이전 지적 사항 뭉갠 조합 5곳⋯중앙회 검사 '무력화'
"임원보다 실무진 책임 무거워⋯제재 실효성 높여야"

걸려도 바뀌지 않았다. 검사에서 적발된 신협 조합들이 같은 문제로 또다시 제재를 받았다. 같은 조합이 수차례 제재 명단에 오르고, 이전 검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조차 시정하지 않은 사례까지 확인됐다. 신협중앙회 검사와 제재는 ‘무늬만 적발’에 그치고 있었다.

2일 본지가 2023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협중앙회 제재내용공시 564건을 조합별로 전수 분석한 결과 제재 대상에 오른 조합은 모두 362곳이었다. 이 가운데 두 차례 이상 제재를 받은 조합은 133곳으로 전체의 36.7%를 차지했다. 세 차례 이상 제재를 받은 조합도 46곳에 달했다.

일부 조합에선 반복 제재가 일상이 됐다. 경남 무학·경북 김천·대전 구즉·부산 동부산·서울 대명·든솔·제주신협 등 7곳은 다섯 차례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사와 제재는 반복됐지만 개선은 뒤따르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중앙회의 검사 결과를 사실상 무력화한 ‘전번검사 지적사항 미시정’ 사례였다. 이전 검사에서 법 위반 행위가 적발돼 “바로잡으라”는 엄중 경고를 받고도 이를 그대로 뭉갠 곳이다. 충남 추부신협과 대전 중도신협, 광주 빛고을·입하·계림신협 등 5개 조합이 해당됐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악순환의 원인으로 ‘무뎌진 제재의 칼날’을 꼽는다. 상습적인 위반이나 검사 지적사항 미시정이 적발돼도 제재 수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다 보니 검사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서울 한 신협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김모 씨는 “애초부터 중앙회가 시행하는 감사는 무게감이 없었는데 상임감사 제도가 생기면서 중앙회의 제재마저 실효성이 사라진 듯하다”며 “조합 직원들은 중앙회 감사를 귀찮은 정도로 보고, 이사장은 중앙회를 사실상 하급기관으로 생각한다. 이사장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복 위반이 이어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임원의 의사 결정이 사고로 연결되더라도, 책임은 실무진에게 더 무겁게 돌아가는 구조였다.

제재 공시를 분석한 결과 임원에 대한 문책은 견책 454명과 주의 102명 등 비교적 경미한 제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적 쇄신이나 직무 배제를 뜻하는 직무정지는 52명에 그쳤다. 반면 직원은 견책 355명, 경고 252명 외에도 감봉 136명, 정직 31명, 징계면직 32명 등 신분상 불이익이 따르는 중징계가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차이는 신용협동조합법상 징계 체계에서도 드러난다. 법은 임원에 대해 개선(해임), 직무정지, 견책, 주의·경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직원은 징계면직과 정직, 감봉, 견책, 주의·경고 등 보다 세분화된 징계 체계를 두고 있다.

15년 차 직원 강모 씨는 “사실상 규모가 큰 대출은 일반 직원이 아니라 임원들이 직접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성이 있어도 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구조”라며 “문제가 생기면 임원과 실무진이 함께 징계를 받지만 수위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22년 차 직원 윤모 씨는 “과거 한 조합 이사장이 배우자의 대출 이자 수천만원을 스스로 감면했다가 변상 조치를 받았는데, 당시 결재를 기안한 실무 책임자에게도 함께 징계를 내리면서 책임을 분산시켰다”며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책임은 아래로만 내려오니 직원들의 중징계가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책임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면 적어도 검사와 제재의 실효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씨는 “미시정에 대해서는 징계를 높일 수 있는 규정이 있는 만큼 최소한 있는 규정부터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그래야 반복 위반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