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가 살린 극장가…전문가들 “회복 아닌 착시일 수도”[K무비 흥행 인덱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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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영화관람 구독제 등 파격적 대안 수용해야”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빅딜 결렬…“체질 개선 계기 될 것”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예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이 관객의 자발적인 입소문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영화산업 전반의 건강한 회복세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왕과 사는 남자’ 등 특정 성공작에 의존한 흥행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투자 구조가 보수화되고 다양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영화산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계가 과거 개봉 초기에 스크린을 몰아주던 독과점 형태에서 벗어나 입소문 기반의 장기 흥행과 확대 개봉 형태로 문화적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2019년까지는 영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그 자리가 뮤지컬과 콘서트, 야구 등 다른 참여형 문화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흥행한 ‘왕사남’은 작품성과 무관하게 관객을 울고 웃기는 직관적인 감동을 선사하며 대중이 극장에서 소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킨 사례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과 이면에 심각한 쏠림 현상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 증가를 긍정적인 회복세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왕사남’이라는 예외적인 히트작이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새별 영화평론가 역시 “극장 방문 횟수가 줄어든 관객들이 입소문이나 유행에 극도로 의존해 한 편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만큼 이러한 양극화가 장르 다양성과 제작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관객 유입을 이끌 정부의 지원책과 장르 다변화 흐름에 대해서도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극장 관람의 효용감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극장 할인권 배포와 관련해 노 교수는 “극장 관람료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저항선이 여전히 높아 할인권 제도가 관객을 끌어오는 고육지책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할인권 배포는 결국 심폐소생술일 뿐 장기적인 구제책이 아니다”라며 자생력 있는 방향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수상영 포맷(IMAX·돌비 시네마 등)에 의존하는 외국영화 시장과 위축된 독립·예술영화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하다. 노 교수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이 선전했으나 특별관의 매진 행렬은 한정된 수요가 몰린 결과”라며 “소규모의 특별관은 외면받는 또 다른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스케일과 시각효과가 분명한 작품이 성과를 내겠지만 관객층이 프리미엄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이에 더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벤트와 도파민, SNS 전시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며 “독립영화를 관람하는 행위 자체를 힙한 트렌드로 만들고, OTT를 자생적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한 영화관에 걸린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연합뉴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극장가의 가장 큰 성과는 티켓 가격 인상 저항선을 뚫고 관객들의 극장 경험 회복이 완연해졌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묶여있던 이른바 ‘창고 영화’들이 지난해까지 대부분 털려 나간 후 기획 단계부터 포스트 팬데믹 관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겨냥해 새로 제작된 웰메이드 영화들이 본격 방출되면서 작품 완성도 자체가 크게 높아진 것이 핵심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히 텐트폴 대작에만 기대지 않고 멜로, 좀비, 오컬트 공포 등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영화가 고르게 흥행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싹텄다”며 “허리 역할을 하는 중규모 영화들의 연속 흥행은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이 완전히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로, 하반기에도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극장가의 질적 성장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극장가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멀티플렉스 업계 2·3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통합 논의가 최종 결렬된 것 역시 하반기 영화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영화계를 뒤흔든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사태는 한국 영화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고스란히 노출시켰으나 한편으로는 시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 교수는 “이번 사태가 중소 배급사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지난 5~6년간 이어진 극장가의 적자 및 폐업 기조 속에서 전반적인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오히려 시장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해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산업이 과거의 영광에만 매몰되어 기우제를 지낼 것이 아니라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파격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교수는 “국내 극장들은 할인만 해주면 관객이 온다는 타성에 젖어 통신사나 카드사 할인에 의존해 왔고 이 과정에서 수익 배분의 불투명성이 커졌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투명한 영화관람 구독제를 도입해 젊은 관객층을 극장으로 유인하고 영화 문화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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