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역차별 논란까지 이어져
현실적 대안 vs 역차별 고착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곳곳에서 ‘여성 전용 공간’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회문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성별 대립은 물론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논란의 여성 전용 공간은 나라별로 어떤 형태로 확산했고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조명한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청두의 작은 서점과 술집, 모임 공간이 여성 전용 공간 논쟁의 새 진앙으로 떠올랐다. 중국 당국이 페미니즘 활동을 ‘성별 대립 조장’으로 경계하는 가운데 유사한 공간이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변화가 시작됐으나 중국에서 페미니즘은 여전히 민감한 단어다. 권리 요구가 곧장 ‘분열’로 읽히는 정치 환경에서 여성 전용 공간은 보호막임과 동시에 또 하나의 위험 신호이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공간을 옹호하는 이들은 남성을 배제하려는 폐쇄성이 아니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반론도 거세다. 여성 전용 공간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성별로 쪼개진다는 비판이다.
1990년대 말 대중교통부터 여성 전용 공간을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된 논란이다. 성추행, 이른바 ‘치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여성 전용 지하철 객차가 올해로 도입 25년을 넘었다. 사회문화로 정착했다기 보다, 제도는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성 승객들이 이 제도를 ‘필수적인 안전지대’로 여기는 반면, 일부 비판론자들은 필요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이어진다. 인도네시아 사례가 특히 복잡하다. 자카르타 통근열차에는 여성 전용 객차가 운영 중이다. 현지 조사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성의 48.9%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전용 객차는 그래서 존재의 당위성을 지닌다.
성희롱을 피하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올해 4월 열차 사고에서 사정이 달라졌다. 열차의 맨 앞과 맨 뒤에 배치된 여성 전용 객차에서 피해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사고 피해자의 상당수가 여성 전용 객차에 타고 있던 여성들이었다고 전했다. 안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사고 상황에서는 또 다른 취약 지점이 된 셈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성 전용 여행 상품'이 등장해 관심이 쏠렸다.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는 “여성끼리 떠나는 여행이 모험과 휴식, 안전과 교류를 결합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여성 전용 공간이 방어적 장치를 넘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여성 전용 공간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 중이다. 쟁점은 이것이 평등을 향한 현실적 대안인지, 아니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또 다른 병폐인지에 있다. 찬성론은 현실의 위험을 줄이는 실용적 해법이라고 말한다. 반대론은 여성만 따로 떼어놓는 방식으로는 남성 중심 공공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반박한다.
가디언을 포함한 주요 외신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여성 전용 공간’의 확산은 해답이기 전에 하나의 경고다. 안전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공공성은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