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키우는 ‘미래 유니콘’…송도에도 여는 신약 인큐베이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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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연구공간 넘어 멘토링·투자·글로벌 네트워크까지 제공 [바이오USA]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일라이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Gateway Labs)’ (노상우 기자 nswreal@)

미국 샌디에이고에 자리한 일라이 릴리의 ‘게이트웨이 랩스(Gateway Labs)’는 초기 바이오벤처를 글로벌 신약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연구공간은 물론 세계적 연구진의 멘토링과 투자 네트워크까지 연결하는 ‘신약 인큐베이터’였다.

25일(현지시간) 본지가 방문한 게이트웨이 랩스 문을 열자 일반 연구시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연구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연구자들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었다. 복도 곳곳에는 작은 미팅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개방형 라운지에서는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어져 아이디어가 오가는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게이트웨이 랩스는 릴리가 초기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단순히 연구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릴리 연구진의 과학적 자문,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 투자 연계, 사업화 지원까지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베레나 스토커(Verena Stocker)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유럽 총괄은 “게이트웨이 랩스는 초기 바이오텍이 릴리의 150년 신약개발 경험과 과학적 전문성을 활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라며 “우리가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연구공간이 아니라 릴리 연구진의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실제 내부는 일반적인 공유 연구실과 달랐다. 약 7400㎡(8만 제곱피트) 규모 공간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18개의 연구 모듈이 마련돼 있었다. 현재 약 10개 바이오텍이 입주해 있으며 뇌과학, 종양학, 면역학을 비롯해 세포치료제, 저분자·고분자 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각 기업은 독립된 연구실과 사무공간을 사용하면서도 회의실, 라운지, 공용 장비실 등을 함께 이용한다. 연구 인력이 늘어나면 가벽을 허물어 옆 모듈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성장 단계별 공간 활용도 가능하다. 일부 모듈에는 세포배양실도 갖춰져 있어 기업별 연구 특성에 맞게 공간을 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공용 연구 인프라였다. 현미경 이미징 장비와 시퀀서, 플레이트리더 등 초기 바이오텍이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고가 장비를 입주 기업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장비 사용법은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 전문가들이 직접 교육하고, 필요한 시약은 릴리가 협상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게이트웨이 랩스는 릴리의 외부 혁신 프로그램인 ‘카탈라이즈360(Catalyze360)’의 핵심축이다. 릴리는 초기 바이오기업을 위해 △릴리 벤처스(Lilly Ventures)를 통한 투자 연계 △게이트웨이 랩스를 통한 연구공간 제공 △연구개발(R&D) 컨설팅 △데이터 기반 연구 플랫폼 ‘튠 랩(Tune Lab)’ 등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릴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기술력이다. 스토커 총괄은 “우리는 새로운 자산과 혁신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을 찾는다”며 “릴리가 가진 경험을 공유하는 동시에 우리도 스타트업으로부터 새로운 과학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필요한 지원이 모두 달라서 각 회사에 맞는 전략을 별도로 설계한다”고 밝혔다.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 6년 동안 400명 이상의 스타트업 관계자가 게이트웨이 랩스를 거쳤고 릴리 연구진과 200회 이상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입주 기업들은 지금까지 30억달러(4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15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릴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거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2곳을 비롯해 보스턴, 샌디에이고, 필라델피아는 물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게이트웨이 랩스를 확대했다.

다음 무대는 한국이다. 릴리는 내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캠퍼스 안에 한국 게이트웨이 랩스를 조성한다. 릴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약 30개 바이오텍을 선발해 연구공간과 멘토링, 글로벌 네트워크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토커 총괄은 “한국은 우수한 과학 논문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고 초기 바이오기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역시 바이오 생태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게이트웨이 랩스 모델이 성공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함께한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입주 기업은 릴리와 삼성이 공동으로 평가하고 선발하며 릴리의 글로벌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신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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