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넘어 중견사까지 교섭 의무 현실화
"현장별 대응 인력 부족…공정 관리 부담"

올해 3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대상이 대형 건설사에서 중견 건설사로 확대되고 있다. 미분양과 체감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청 노조와의 교섭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현장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4일 대방건설·태영건설·서희건설·코오롱글로벌 등 4곳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같은 날 전남지방노동위원회도 우미건설·금호건설·대광건영·제일건설 등 4곳에 대해 같은 결론을 냈다.
그동안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단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4월 포스코이앤씨를 시작으로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를 상대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중견 건설사까지 대상이 넓어지면서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건설현장 전반으로 쟁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호반건설, 두산건설, HL디앤아이한라, 반도건설 등도 노동위원회 판단을 앞두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원청 건설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는 등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후 교섭대표 노조 확정과 교섭 의제 조율, 단체교섭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중견 건설사가 원청 사용자성 인정 흐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응 여력이 대형사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는 법무·노무 전담 조직을 통해 사건별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지만 중견사는 본사 인력이 계약·공정·분양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맡는 경우가 많다. 교섭 요구가 늘수록 제한된 인력으로 현장별 노무 현안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건설현장은 한 공정이 지연되면 다음 공정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골조, 설비, 마감 등 공정이 순차적으로 맞물려 있어 일부 공정에서 교섭이 장기화하거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전체 공정표가 흔들릴 수 있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 공정 관리에 교섭 변수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 같은 노무 부담은 중견 건설사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79가구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은 4만7881가구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지방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일수록 분양시장 침체가 자금 회수 지연과 신규 사업 추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체감경기 지표도 부진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를 보면 중견기업지수는 66.7로 집계됐다. C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같은 달 대기업지수는 86.7로 중견기업지수보다 20.0포인트(p) 높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 자체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현장별로 교섭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견사는 현장마다 별도 대응 인력을 붙이기 어렵고 노무 이슈가 장기화하면 공정표 조정과 협력업체 협의, 발주처 대응까지 함께 챙겨야 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