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규제·실거주 확대로 공급 효과 제한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입주가 잇따르지만 과거처럼 전세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대출 규제와 실거주 비중 확대, 지역별 입주 편중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져도 시장에 풀리는 전세 매물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일 직방에 따르면 서울은 이달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251가구)와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199가구)를 시작으로 하반기 대단지 입주가 이어진다. 8월에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2091가구), 9월에는 디에이치 방배(3064가구), 10월에는 힐스테이트 메디알레(2451가구)가 차례로 입주할 예정이다. 모두 1000가구를 웃도는 대단지로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대단지 입주가 시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대단지 입주는 대표적인 전세시장 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 매물을 내놓으면서 단기간에 공급이 늘고 전셋값도 일시적으로 조정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는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5.9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 셋째 주(12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 매물 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실제 입주를 앞둔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하반기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 전세 매물은 3498건에서 7929건으로 126.6% 늘어나 서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은평구는 218건에서 446건으로 104.5%, 서대문구는 189건에서 305건으로 61.3%, 마포구는 303건에서 461건으로 52.1%, 성북구는 133건에서 202건으로 51.8%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 예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서울 전역의 전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거주 비중이 높아지고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물량이 줄어 이른바 ‘입주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이에 신축 아파트는 잔금을 모두 납부한 이후에야 일반적인 전세대출을 활용한 계약이 가능해졌다.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출 없이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만큼 전세 계약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하반기 대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물량 자체가 서울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일부 단지 입주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워 전셋값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실거주 매수가 늘면서 과거처럼 갭투자를 통한 전세 물량 공급이 줄었다”며 “매매가 이뤄져도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