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피 랠리 뒤집은 변동성…韓증시, 금융위기급 공포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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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구글 노트북 LM)
9천피(코스피 9000)를 돌파하며 질주하던 국내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 장세에 빠졌다. 단순히 하루 낙폭이 컸던 수준을 넘어 매수·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되는 이례적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총 5차례로 집계됐다. 역대 발동 횟수 11번 중 절반 가까이가 올해 집중된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 주에만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충격 당시에는 특정 대형 악재가 시장을 한 방향으로 끌어내렸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급락과 급등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며 지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변동성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VKOSPI는 18일 80.25에서 24일 94.81, 25일 95.09까지 치솟았다. 26일에도 92.71을 기록하며 90선을 웃돌았다. 장중 기준으로는 24일 97.78까지 올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지수 등락 폭을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코스피 흐름은 정상적인 조정장과 거리가 멀다. 23일 9.99% 급락한 뒤 24일과 25일 각각 3.26%, 5.42% 반등했지만 26일 다시 5.81% 밀렸다. 하루 전 마이크론 실적 호조에 5% 넘게 올랐다가 곧바로 상승분을 되돌린 셈이다.

26일에는 장중 8126.84까지 하락하며 낙폭이 9%에 육박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차례로 발동됐다. 코스닥도 4.10% 내린 851.37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동성을 단순한 대외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 OpenAI 기업공개(IPO) 연기설, 호르무즈 해협 불확실성 등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다만 이들 재료만으로 서킷브레이커급 충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시장 해석도 빠르게 바뀌었다. 전날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메모리 업체의 실적 개선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반도체 구매 기업의 비용 부담과 최종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됐다. 같은 재료가 호재에서 악재로 바뀌며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반도체 쏠림은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두 종목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두 종목에 수급이 몰린 상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 지수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시장 출렁임을 키우는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고가권에 진입하면서 개인투자자는 낮은 1주당 가격으로 고베타 익스포저를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코스닥 성장주로 향하던 모멘텀 자금까지 대형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수급을 받쳐줄 주체도 약해졌다. 과거 급락장에서는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의 저가 매수가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외국인 순매도, 기관 리밸런싱, 반기 말 포지션 정리 수요까지 겹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변동성은 새로운 악재가 등장해서라기보다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된 수급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패시브 자금이 변동성을 키우면서 작은 재료에도 지수가 과도하게 흔들리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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