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하루를 통째로 인공지능(AI)에 내줬다. 단순히 상부의 지시로 교육을 받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이 아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AI 기술을 배우고 깨지며 실험하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회사가 'AI를 활용하라'고 무작정 압박하기보다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간과 문화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면서, 비개발자 조직까지 AI를 실무에 녹여내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안착하고 있다.
신유라 토스 매니저는 25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본업에 밀도 있게 집중하고, 금요일은 AI와 관련된 공부와 실험에 몰두하자는 취지에서 'AI 서프(Surf)데이'를 기획했다"며 "회사 차원에서 온전한 시간만 확보해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집단지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토스는 AI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문화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AI가 전사 업무의 디폴트(기본값)가 되는 조직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매주 금요일마다 'AI 서프데이'를 가동했다. 오전에는 사내의 참신한 AI 활용 사례를 날것 그대로 공유하는 'AI 서프 위클리'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개설하는 '서프 클럽'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일방적인 기술 주입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필요한 주제를 직접 발굴해 동료들과 함께 집단 학습을 하는 구조다.
이 같은 철저한 자율성 속에서 현장의 혁신 사례는 무더기로 쏟아졌다. AI를 쓰다 실패한 경험을 유쾌하게 공유하는 '안티패턴 스터디'부터 문과생들을 위한 'AI 코딩 입문', 세일즈 조직이 금요일마다 자체적으로 끝장 토론을 벌여 현업 도구를 개발한 'AI 해커톤'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의 손에서 직접 태어나고 굴러갔다.
특히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군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신 매니저는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비개발자도 프로토타입(시제품) 정도는 스스로 빌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세일즈나 마케팅 담당자들이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업무 효율화 툴을 금요일을 활용해 직접 구현하기 시작했는데, 그 몰입도와 호응이 오히려 기존 개발자 조직을 능가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개발 부서에 정식으로 요청하고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려야 했던 자잘한 업무들을 이제는 현업에서 직접 시도한다"며 "개인의 생산성 제고는 물론이고 직군 간 소통의 언어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고 체감 효과를 전했다.

토스는 자발적 학습 태도가 본궤도에 오르자 한 단계 더 나아가 팀별 맞춤형 실전 도입 방안을 도출하는 'AI 워크숍' 체제로 진화했다. 각 조직의 업무 특성을 가장 잘 아는 현업 팀이 스스로 적용점을 찾도록 돕는 고도화 단계다. 이때 팀마다 AI 활용 역량이 뛰어난 직원을 'AI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전도사)'로 전면에 세워 워크숍과 현장 혁신을 주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신 매니저는 이번 실험을 거치며 AI 전환(AX)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는 기술의 우수성이 아닌 '조직문화'라는 점을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연히 AI를 어려워하던 직원들도 비슷한 눈높이의 동료들을 만나 실무에 적용해 보면서 강한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 '나 이거 잘 모른다'고 편하게 꺼내놓고 서로 끌어주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가장 값진 소득"이라고 꼽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직원들에게 AI 사용을 강요하며 결과물을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마음껏 실패하며 놀 수 있는 시간과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환경을 조성해 주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며 조직을 바꿔나간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