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농장 마리당 사료비 전국 평균보다 115만원 낮아
초기 설비 1억원 부담…농진청, 공동제조 모델 검토

한우농가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소값에서 사료통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고환율과 국제 곡물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사료비 부담은 여전히 농가 경영의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남아 있다. 소값이 회복돼도 생산비를 줄이지 못하면 농가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가 농가가 직접 원료를 고르고 배합하는 자가 TMR 확산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 사료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농식품부산물을 사료 자원으로 활용해 한우농가의 원가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우 자가 TMR 기술 확산·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가 TMR은 조사료와 농후사료, 농식품부산물 등을 한우 성장 단계와 농가 여건에 맞춰 직접 섞어 먹이는 방식이다. 일반 배합사료를 사서 급여하는 것과 달리 농가가 원료를 선택하고 배합비를 조정할 수 있어 사료비 절감과 정밀 사양관리가 가능하다.
대표 사례가 청주의 홍도농장이다. 홍도농장은 2024년 자가 TMR을 도입한 뒤 출하월령을 33.4개월에서 31.5개월로 1.9개월 줄였다. 마리당 사료비는 394만9720원에서 289만5600원으로 26.7% 낮아졌다. 투플러스 등급 출현율은 37.5%에서 61.2%로 올랐고, 원플러스(1+) 이상 등급 비율도 79.2%에서 85.1%로 높아졌다.
자가 TMR 효과는 개별 농가 사례에 그치지 않았다. 농진청이 전국 16개 시군 42개 농가를 대상으로 추진한 시범사업에서는 출하월령이 30.9개월에서 28.5개월로 2.4개월 단축됐다. 총 사료비는 마리당 366만6000원에서 325만원으로 11.3% 줄었고, 1+ 이상 등급 출현율은 65.6%에서 72.4%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마리당 소득은 138만1000원에서 195만5000원으로 41.6% 증가했다.
기술 전수 거점농장 실증 결과는 전국 평균과 차이가 컸다. 거점농장의 마리당 사료비는 평균 296만원으로 전국 평균 411만원보다 115만원 낮았다. 투플러스 등급 출현율은 65.3%로 전국 평균 39.1%보다 26.2%포인트 높았고, 도체중도 487.3kg으로 전국 평균보다 16.7kg 많았다.
농진청은 2012년부터 농식품부산물의 사료 활용 연구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맥주박, 비지, 깻묵, 두유박, 버섯사용후배지 등 47종의 사료가치를 평가했고, 이를 한국표준사료성분표와 한우 자가 TMR 배합비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한우 비육우의 TMR 급여 비율도 2004년 2.14%에서 2024년 32.28%로 높아졌다.

다만 모든 농가가 곧바로 자가 TMR을 도입하기는 어렵다. 원료 확보, 배합비 설계, 사료 제조 기술이 필요하고 배합기와 급여기 등 초기 시설 투자도 부담이다. 100두 사육농가 기준으로 설비 구축에 약 1억원 안팎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가 TMR 활용 농가 수에 대한 국가 단위 공식 통계도 아직 없다.
농진청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 전수 거점농장을 2027년까지 18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신규 도입 농가가 원료 확보와 제조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현장 교육과 멘토링도 강화한다. 여러 농가가 원료와 제조시설을 함께 쓰는 공동제조 모델도 검토한다. 농진청은 100두 사육농가가 사료비를 10% 줄이면 연간 2200만원가량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고도화는 암소 비육과 신규 부산물 발굴로 넓어진다. 농진청은 미경산우의 최적 출하 시기 설정, 경산우 비육 기간 단축 기술을 개발하고 식품 제조공장과 스마트팜 등에서 나오는 새로운 농식품부산물도 사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조 원장은 “한우 자가 TMR 기술은 농식품부산물을 사료 자원으로 활용해 생산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현장 실용 기술”이라며 “거점농장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제조 모델과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농가 여건에 맞는 기술 개발과 보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