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종이 주도한 코스피의 강세장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역전한다면 상승장이 끝날 것이란 증권사의 한 달 전 경고장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12.31% 떨어진 3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812억3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전체 시총은 1974조8264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2.47% 떨어진 255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총은 1820조9545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의 양 기둥인 두 종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날 오후 1시20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62조5606억원으로 집계되며 같은 시각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인 2060조8132억원을 1조7474억원 차이로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다. 25년 7개월만의 시총 1위 교체였다. 현재 삼성전자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산한 총 상장가치는 2175조9488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시총은 넘어서지 못한 상태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감안할 때 향후 우선주까지 포함한 전체 시총 역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주 통합 시총 역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과거 SK하이닉스의 시총 추월을 강세장 종료와 버블 붕괴의 전조 증상으로 예고했던 하나증권의 경고장이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실적 규모의 역전 없이 기대감만으로 시총 1위가 바뀌는 현상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 시스템즈의 사례처럼 시장 과열의 정점일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내놓은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경고가 증시의 파국적인 붕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연구원은 "당시 분석은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짚은 것"이라며 "지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상승 속도를 높여 시총 룸을 넓히거나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건강한 순환매가 일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총 역전의 본질을 자본효율(ROE-PBR) 평가 방식의 구조적 변화라는 설명이다. HBM을 통해 형성된 SK하이닉스의 높은 자본효율 지속성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고점 신호가 아닌 새로운 가치 평가 구간으로의 진입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과거 닷컴 버블 시절 이익 없이 기대만으로 폭등했던 시스코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 37조원을 기록하는 등 강력한 이익 체력을 입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 성장한 45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단기 조정은 증시의 거품 파열이 아닌 펀더멘털을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반도체주의 동반 하락 역시 시총 역전 등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차익실현 욕구가 선반영된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주가 하락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전망, 국민연금의 매도세 등 대외적 요인은 명목상의 빌미일 뿐 실질적으로는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익실현 틈을 보던 투자자들이 이벤트를 앞두고 선제 매도에 나선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7~8% 하락이 국면 전환의 신호였으나 최근에는 시장 변동성 자체가 커져 7%의 조정도 과거의 3% 하락 수준에 불과하므로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하락은 이벤트를 앞두고 선반영의 선반영 형태로 나타난 차익실현이며 향후 마이크론의 실제 실적 발표와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상향 과정 등 확인 단계를 거치며 변동성에 적응해가는 건강한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