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간 경과에 따른 가격변동...배제할 수 없는 사정"
꼬마빌딩 상속세 논란 속 과세관청 입증책임 강조

'꼬마빌딩 감정평가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속받은 토지가 1년 뒤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렸더라도 이를 곧바로 상속 당시 시가로 인정해 세금을 더 물릴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상속 이후 거래가격을 근거로 추가 과세하려면 가격 상승을 설명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국세청의 '사후 평가 과세' 관행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보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상속인 A 씨가 김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 등은 2019년 상속받은 김포 소재 토지를 개별공시지가 기준 약 15억원으로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는데, 약 1년 뒤 해당 토지는 약 29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과세관청은 상속개시일부터 매매계약일까지 기간에 토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며 위 거래 가격을 상속 당시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상 '가격 변동에 특별한 사정'이란 인근 개발로 인한 호재, 용도 변경 등을 의미한다. 과세관청은 그동안 유사 사건들에서 이 같은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면 사후 감정가액, 거래 가격 등이 상속 당시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고 이를 시가로 인정해 추가 과세해 왔다. 이 사건에서도 과세관청은 약 4억5000만원의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A 씨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상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고려 요소 중 하나로 '시간의 경과'를 명시하고 있다"며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원심은 "상속개시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과세관청의 증명이 필요한데, 과세관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매매가액이 상속개시일 당시 이 사건 토지의 객관적인 교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추가 과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의 기간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이를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국세청의 꼬마빌딩 감정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시가 산정이 어려운 꼬마빌딩 등에 대해 사후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상속세를 추가 부과하는 감정평가 사업을 추진했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납세자들은 "사후 감정평가를 통한 증세"라며 반발해 왔다.
실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사업의 근거가 된 상증세법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다만 대법원은 올해 4월 선고에서 감정평가 과세 제도 자체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법조계에서는 국세청이 산정하는 평가액의 인정 기준과 입증책임을 명확히 해 과세 방식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판결로 보고 있다.
이 사건 승소를 이끈 이현민 법무법인 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시간 경과에 따른 가격변동 역시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과세관청에 명확히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인근 개발 호재 등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될 수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형질 변경 여부 등 형식적인 사유를 근거로 소급 과세하던 과세관청의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다애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나 매매가액을 근거로 과세하더라도 가격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납세자는 세무조사 단계부터 지역 부동산 가격 추이 등을 제시해 과세관청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적극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