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트랙터·정밀제초·수확드론 등 18개 과제
농가인구 55.8%가 65세 이상…상용화는 현장 적응력 관건

농촌을 가장 크게 압박하는 것은 이제 사람 부족이다. 농가인구는 200만명 선까지 줄었고,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이다. 제초와 방제, 수확처럼 허리와 무릎으로 버텨온 작업은 인력난과 고령화 속에 더 이상 사람 손에만 맡기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5년간 572억원을 투입해 농업로봇과 드론 개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로봇은 미래 농장의 상징이 아니라, 당장 줄어드는 일손과 농작업 부담을 대신해야 할 현실 과제가 됐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23일 라한호텔 전주에서 ‘부·청 공동 민관협력 농업로봇 연구협의체’ 첫 회의를 연다.
협의체에는 농식품부와 농진청,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대학·연구소·기업 연구책임자 등 약 100명이 참여한다. 개별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농업 인공지능 전환(AX) 데이터,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로봇, 드론 기술을 함께 묶어 실증과 상용화까지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572억6200만원 규모로 추진된다. 올해 예산은 99억2500만원이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농식품부가 399억원, 농진청이 173억6200만원을 맡는다. 농식품부는 농작업 협업 로봇과 드론 활용 기술의 산업화·실증에, 농진청은 센서융합과 로봇 플랫폼, 작업기 연동 등 농업용 로봇의 기반기술 확보에 무게를 둔다.
핵심은 ‘로봇 한 대’가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농장 시스템’이다. 이번 연구에는 자율트랙터 군집 협업, 밭농업 전주기 개방형 로봇 플랫폼, 무인 협업·정밀제초, 과수 재배 통합관리 로봇, 노지 과수 물류 로봇, 정밀 방제·파종, 피지컬 AI 기반 자율수확 드론 등 18개 과제가 포함됐다. 논·밭·과수원에서 여전히 손작업 의존도가 높고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작업부터 단계적으로 로봇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업로봇 개발이 속도를 내는 배경은 분명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농림어업조사에서 농가인구는 20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 줄었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55.8%까지 올라섰다. 농가인구 2명 중 1명 이상이 고령층인 상황에서 사람 손에 기대는 방식만으로는 농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농작업 부담도 수치로 확인된다. 농진청의 2024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조사에서 농작업 관련 질병으로 하루 이상 일을 쉬어야 했던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유병률은 5.8%였다. 질병 유형 중에는 근골격계질환이 5.4%로 가장 많았다. 허리와 무릎을 반복적으로 쓰는 고강도 작업이 농가의 건강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안전 문제도 자동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4년 농업인안전보험 기준 농업인 사망자는 297명, 부상자는 5만852명이었다. 사망자 가운데 농기계 사고 사망자는 174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트랙터와 경운기 등 고위험 농기계 안전기준 강화와 함께, 사람이 위험한 작업에 직접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로봇이 곧바로 농촌 현장의 해법이 되려면 넘어야 할 문턱도 적지 않다. 농업은 공장과 달리 작물, 지형, 날씨, 토양 상태가 제각각이다. 장비 가격과 사후관리, 농가가 실제 쓸 수 있는 서비스 모델도 상용화의 관건이다. 협의체가 첫 회의에서 농업 AX 데이터 표준과 실증사업을 먼저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장비 간 연동 체계를 갖춰야 로봇과 드론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쓰일 수 있다.
농업로봇 정책의 성패는 연구실 성과가 농가의 노동시간과 사고 위험, 생산비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정부가 5년간 572억원을 투입해 ‘무인농장’ 전환을 실험하는 만큼, 기술 개발 이후 현장 보급과 농가 비용 부담을 함께 풀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고은 농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장은 “농업로봇과 드론은 농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협의체를 통해 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연구성과가 현장에 조기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남규 농진청 스마트농업팀장은 “AI와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농작업 자동화는 미래 농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라며 “부·청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 농업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농업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