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옛날통닭’ 10분 만에 동나...직원도 놀라
“과일·계란 손대기 무서워”...할인 품목만 구매”
제조사들 갑작스러운 ‘눈속임 할인’ 경계 목소리도

18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이마트 미아점 닭고기 코너 판매원의 말이다. 이날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지는 이마트의 ‘상반기 결산 행사’ 첫날,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뜨거운 쟁탈전이 벌어진 곳은 국내산 냉장닭을 사용한 ‘반값 옛날통닭’ 매대였다. 정상가에서 행사카드 결제 시 50% 할인, 2980원에 내놓은 초특가 제품에 인파가 몰렸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신음하던 시민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치킨 한 마리를 사수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마트 오픈런’에 나선 결과다.
이날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요동치는 여름 물가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매장 이곳저곳을 오가는 카트 속에는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1+1’ 스티커가 붙은 행사 제품, 당일 특가로 나온 파프리카, 계란, 육류 제품 등이 담겨 있었다.

반값 통닭 매대 다음으로 가장 붐빈 곳은 과일 코너였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식탁에서 가장 먼저 빼는 품목이 과일이지만, 이날은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수박을 판매하는 특가 행사가 열려, 많은 이들이 매대를 빙 둘러싸 정작 수박을 제품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주부 고성희(정릉동·55) 씨는 신중하게 과일을 고르면서도 예상보다 비싼 값에 한숨을 쉬었다. 고 씨는 “오늘 한정 세일이라고 해 수박이랑 귤을 담았다”면서 “온 김에 1+1 버섯도 사고 요구르트 할인 제품도 보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고 씨는 “카트 속에 있는 걸 다 살 것은 아니고 계산 전에 할인율이 큰 품목만 골라서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품목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오른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주민 김가영(가명·36) 씨는 ‘하림 더미식 즉석밥 포대 무한 골라담기’ 이벤트 때문에 왔다고 전했다. 미니 포대에 할 수 있는 만큼 가득 담아 즉석밥을 담으면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김 씨는 최근 가장 가격이 부담스러운 제품으로 ‘계란’을 꼽았다. 그는 “계란, 채소 등 기본 식자재 물가가 너무 올라 마트에 올 때마다 겁이 난다”고 말했다.
김장옥(길음동·77) 씨도 장바구니에 담긴 우유와 계란, 과일 등을 보여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 씨는 “과일도 생각보다 너무 비싸 이것저것 보다가 한 팩밖에 못샀다”며 “계란도 종류가 여러 개인데 그중에서 가장 싼 걸로 골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마트에 오기 전 필요한 것만 간단히 메모지에 적어 와서 그것만 사려고 한다”며 “사고 싶다고 섣불리 물건을 카트에 담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기관에서 유통 단계나 생산자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며 “마트나 농민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무조건 싸게 팔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해서 최종 소비자가격을 낮춰주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가장 고마운 정책”이라고 했다.

대형마트업계가 고물가에 할인 행사를 종종 벌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전적으로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유통업체의 가격 장난이나 생산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것. 평소 마트를 자주 찾아 생필품 가격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고 씨는 “1+1 행사가 소비자에겐 좋지만 혹시라도 이런 할인 폭을 메우기 위해 농사짓는 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가 아닐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산품의 경우 평소 가격을 슬그머니 올려놓고 행사 때 할인 폭을 더 크게 보이려고 눈속임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며 꼼수 할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