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유치가 지역 생존전략으로…지역경제 기대 속 주민 수용성 시험대 [새 원전 부지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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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천지원전 백지화 딛고 재도전 결실…인구감소 돌파구 기대
기장, 고리 원전 인프라 앞세워 SMR 선점전…안전·갈등 관리가 관건

▲후보부지 위치도(대형원전, SMR) (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14년 만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은 원전 건설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는 의미를 넘어, 지역이 미래 먹거리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북 영덕군이 신규 대형 원전 부지로, 부산 기장군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로 부지로 각각 낙점되면서 원전은 다시 지역경제를 떠받칠 핵심 개발 카드로 떠올랐다. 인구가 줄고 산업 기반이 약해진 지역에는 수십년짜리 재정·일자리 기반으로, 기존 원전 지역에는 차세대 원전 산업을 먼저 확보할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지원금과 세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안전 우려와 환경 부담, 주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실제 사업 추진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후보부지로 대형원전은 영덕군, SMR은 기장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형원전은 2기 합산 2.8GW 규모이며, SMR은 0.7GW 규모 실증로 1기다. 평가 결과 영덕군은 91.01점으로 울주군(82.63점)을 앞섰고, 기장군은 87.11점으로 경주시(84.56점)를 제쳤다. 평가위는 두 지역 모두 주민 여론조사와 부지적정성 분야 등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덕은 이번 선정의 상징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영덕은 2012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탈원전 정책 과정에서 사업이 백지화된 경험이 있다. 당시 원전 유치를 둘러싼 찬반 갈등을 겪었던 지역이 다시 신규 원전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지역경제의 절박함과 맞닿아 있다. 영덕은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으로, 산업 기반이 약하고 청년층 유출도 이어져 왔다. 대형 원전 유치는 단순한 발전소 입지가 아니라 도로·복지·교육·주민 소득사업을 뒷받침할 장기 재원으로 기대된다.

원전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는 건설기와 운영기로 나뉜다. 건설기에는 대규모 공사와 지역 업체 참여, 숙박·음식 등 생활서비스 수요가 생기고, 운영기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과 지방세 수입이 장기간 이어진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주민 소득증대, 공공시설 확충, 육영사업, 전기요금 보조, 기업유치 지원 등에 쓰일 수 있다. 원자력발전분 지역자원시설세도 지자체가 원전 안전관리와 주민 보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이 된다. 지방 입장에서는 원전이 한 번 들어서면 수십년 동안 지역 재정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기반인 셈이다.

기장은 영덕과 결이 다르다. 영덕이 대형 원전을 인구감소 대응 카드로 본다면, 기장은 기존 고리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SMR이라는 새 시장에 먼저 올라타려는 전략에 가깝다. 기장은 원전 운영 경험과 송전망, 동남권 제조업 기반을 내세워 SMR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출력은 작지만 모듈화 제작을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수출 모델로 꼽힌다. SMR 실증로 부지라는 점에서 기장 유치는 단순한 발전소 추가 건설이 아니라 원전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전 유치가 곧 지역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금이 일회성 토목사업에 그치거나, 세수가 기존 지출을 메우는 데 쓰이면 지역경제 체질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변수는 주민 수용성이다. 영덕은 과거 천지원전 추진 과정에서 찬반 갈등을 겪었고, 기장 역시 SMR 유치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안전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주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지 선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운영 허가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지원금과 일자리 기대를 실제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려면 안전·환경 정보 공개와 주민 설득, 갈등 조정이 함께 따라가야 한다.

한 지역경제 전문가는 “원전은 지방 중소도시에 드문 장기 투자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다만 지원금이 단기 사업에 흩어지면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산업 유치, 인력 양성, 생활 인프라 개선까지 묶은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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