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유 수급 '이미 안정'⋯최고가격제 해제는 '신중' [미·이란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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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나프타 8월 대체물량 확보 완료…단기 수급 차질 우려 해소
국제유가 80달러대 진입으로 가격 상한제 해제 요건은 일단 충족

▲서울 시내 주유소. 고이란 기자 photoeran@

미국과 이란 간의 중동 전쟁이 종전 수순에 돌입했지만 국내 원유 수급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물리적 정상화 지연과 국내 물가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석 달째 이어져 온 '석유 최고가격제'는 당분간 현행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종전 합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굳게 닫혔던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국내 석유 수급에 당장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측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의 탐지 및 제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해협에 발이 묶여 있는 한국행 유조선 24척이 원유를 싣고 국내로 돌아오기까지 물리적인 왕복 항행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국내 수급 상황은 정부와 민간의 전방위적인 공급망 다변화 노력 덕분에 전쟁 초기보다 크게 안정화된 상태다.

앞서 정부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과 7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 위기에 대응해 미국, 브라질, 콩고 등 오대양 육대주로 도입선을 대폭 넓혔다. 그 결과 5~7월 원유 및 나프타 확보율을 전년 대비 80% 중반대까지 선제적으로 끌어올렸으며, 1억 배럴(국내 소비량 기준 한 달 치 이상) 규모의 전략 비축유도 확보했다. 타격을 입었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 역시 5월 말 기준 평시 수준에 근접한 약 75%까지 회복됐다.

현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 3월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의 종료 여부다.

정부가 해제 조건으로 제시됐던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하회' 요건은 이미 충족됐다. 12일 종가 기준 브렌트유(87.33달러)와 서부텍사스산원유(84.88달러), 두바이유(83.18달러) 모두 80달러대로 내려앉으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또한 누적 손실 규모가 약 4조원으로 추정되면서 시장 가격 기능의 조속한 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최고가격제의 빗장을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리는 데다, 현재 판매 가격이 여전히 리터(L)당 2000원을 웃돌고 있어 가계의 체감 물가 부담이 여전히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물가가 24.2% 급등해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나 끌어올린 상황에서, 억눌렸던 인상 요인이 일시에 반영될 경우 거대한 물가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18일로 예정된 제7차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에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통상부는 “유가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종료 시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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