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EU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와 관련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무관세 쿼터(TRQ) 확보를 강력 요청한 가운데 한국과 EU 정상간 관련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최종 결과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EU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FTA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달 말 종료되는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수입 규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일정 물량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되 초과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체 무관세 수입 물량이 기존보다 약 46% 줄어들 예정이어서 주요 수출국 간 쿼터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EU는 한국의 두 번째 철강 수출 시장으로, 한국은 현재 약 258만톤 규모의 무관세 쿼터를 배정받고 있다.
김 실장은 "철강 산업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우리 주력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기간산업"이라며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철강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EU의 신규 제도가 철강 산업뿐 아니라 양측 산업 협력과 공급망 안정, 투자·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걸맞은 결과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측은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 국가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측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EU 집행위원회와 집중 협상을 진행해 왔다. 김 실장은 "철강 쿼터 협상 기간 브뤼셀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가 한국이었다"며 "양국 정상의 지침에 따라 우리 통상교섭본부장과 EU 통상집행위원 간 집중 협상을 진행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유사한 입장을 가진 파트너 간 생산적인 협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별 무관세 쿼터 배정 결과는 EU 내부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으로, 최종 결과는 이르면 7월 말 공개될 전망이다.
철강 문제 외에도 양측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공급망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김 실장은 "양 정상은 한국은 제조에, EU는 장비와 연구개발(R&D)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반도체 분야 공동 연구를 긴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EU는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협력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김 실장은 "EU 측은 한국이 고품질 방산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유럽 방위산업 발전에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공급망과 경제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EU는 우리나라의 3대 무역 파트너이자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축"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출범하기로 한 '한-EU 경쟁력 파트너십'과 고위급 경제대화가 새로운 국제 통상 질서에 공동 대응하는 핵심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