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보유 물량 780억원…유출·분실 사고에 직접관리 부담 확대
검찰청·관세청 등 공공 커스터디 수요 확산 가능성

국세청이 압류 가상자산 위탁 보관 사업자를 선정한 데 이어 경찰청도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가상자산 유출·분실 사고가 잇따르자 직접 보유 자산이 있는 징세·수사 기관부터 외부 전문 보관 체계를 활용하려는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보유한 압수·압류 가상자산 관리의 민간 커스터디(수탁) 전환이 본격화되는 중이다. 정부 전수조사 결과 4월 기준 중앙정부가 보유한 압수·압류 가상자산은 78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기관 별로는 국세청이 521억원으로 가장 많고 검찰청 234억원, 경찰청 22억원, 관세청 3억원 순이다. 대부분 수사·징세 과정에서 취득한 자산으로, 몰수·환가·환부 등 최종 처분 전까지 각 기관이 보관·관리해야 하는 물량이다.
커스터디 업체 매출은 압수·압류된 가상자산 보관·관리 용역비에서 발생한다. 국세청은 4월 ‘압류 가상자산 위탁 보관 관리 운영’ 사업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사업금액은 800만원으로, 올해 말까지 민간 수탁 체계를 점검하는 시범사업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사업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수주했으며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경찰청 사업은 국세청보다 규모가 크다. 경찰청은 9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압수 가상자산 보관 관리 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사업금액은 2억6700만원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8300만원 규모의 가상자산 위탁보관 서비스 사업 입찰을 세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이후 예산을 세 배 이상 늘려 지난달 사전규격을 공개했고, 이달 네 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한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사업은 금액만 보면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경찰청 사업은 규모가 훨씬 크고 실제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국가기관이 민간 커스터디를 채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에는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민간 수탁 수요 확대에는 잇따른 관리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검찰청은 피싱 사이트 접속으로 320 비트코인(BTC)을 탈취당했다. 올해 초에는 경찰청이 USB에 보관하던 22 BTC 분실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으며, 국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복구 구문이 노출되며 400만 프리리토게움(PRTG)을 탈취당했다. 탈취 자산은 대부분 회수됐지만, 개인키나 복구구문 노출만으로 자산 통제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직접관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4월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압수·압류 가상자산의 취득, 보관, 관리·점검, 사고대응 절차를 정비했다. 개선안에는 기관이 직접 지갑을 생성해 보관하는 방식뿐 아니라 위탁사업자가 개설한 기관 명의 지갑을 활용하는 방식도 담겼다. 외부 전문기관인 수탁기관은 압수·압류 가상자산의 전송 지원, 보관·관리, 실재성 점검 등을 맡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세청과 경찰청을 시작으로 공공 커스터디 수요가 다른 법 집행기관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점친다. 검찰청과 관세청 역시 압수·압류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관인 만큼 내부 보관 부담과 예산 확보 상황에 따라 민간 수탁 활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압수·압류 가상자산 처리는 기관별 업무 특성과 관리 부담에 따라 차례로 이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