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콘 운송노조와 사측이 마련한 운송단가 인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수도권 레미콘 운송 휴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주요 건설현장의 공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정 차질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11일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에 따르면 노조가 사측과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9일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68.3%가 반대표를 던지며 최종 부결됐다.
앞서 노사는 조정회의를 통해 레미콘 운송단가를 기존 회당 7만5800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인상 폭은 4200원으로 약 5.5%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가 당초 회당 8000원 인상을 요구했던 만큼 조합원들은 인상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물가 상승과 차량 유지관리비 증가, 수도권 운송단가 현실화 필요성 등을 이유로 보다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상안이 필요하다”며 향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8일부터 시작된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의 휴업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공급 차질에 대비해 공정 조정과 작업 일정 변경에 나서면서도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운행 가능한 레미콘 업체를 파악하는 한편 선행 공정과 전기·설비·마감 공사를 우선 진행하며 공정 영향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 역시 타설 일정 조정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급 안정화 방안을 검토·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당장 공사가 중단될 수준은 아니지만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현장 운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처럼 사업장이 많지 않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골조 공정 비중이 큰 현장은 이미 레미콘 수급 차질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며 “주택과 물류센터, 산업시설 현장을 중심으로 타설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 투입이 필요 없는 후속·병행 공정을 우선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정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레미콘 공급 차질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이날 경기 평택 소재 레미콘 공장 2곳에서 전운련 관계자들이 출하를 저지하면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으로 공급될 예정이던 레미콘 상차가 중단됐다. 출하 지점 봉쇄로 공급이 막히면서 삼성전자 측은 해당 물량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정 차질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은 생산 당일 바로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자재여서 재고를 쌓아두거나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크리트 타설 일정이 밀리면 전체 공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공기 연장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