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늘리기’서 ‘현실 적응’으로 정책 전환
인구 10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고치현 실험
소방·교통·의료 체계 운영 방식 전면 재설계
‘축소=쇠퇴’ 인식 여전…필요성에도 실행 주저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그동안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사람 늘리기’ 경쟁에 집중해온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제는 ‘줄어드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 축을 옮기는 모습이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2070년 8700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0년 대비 약 30% 적은 수준이다.
이미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일본 시코쿠 지역 고치현으로 지난달 기준으로 인구가 6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국세조사가 시작된 다이쇼 시대인 1920년보다도 적다. 또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308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간은 앞으로 흐르는데, 인구는 한 세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닛케이는 “인구 감소를 전제로 행정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마트 슈링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령 고치현은 우선 현내 15개 소방본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해 현장 소방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방 긴급 출동은 최근 10년간 20% 증가했지만 신규 직원 지원은 30% 감소한 데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고치현은 지난해 4월부터 기초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며 소방본부 통합 관련 재정 부담 시뮬레이션도 제시했다. 대중교통·출산 의료체계도 스마트 슈링크에 맞게 재설계하고 있다.
하마다 세이지 고치현 지사는 지난달 21일 도쿄에서 열린 전국지사회 회의에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국 최초의 방식도 시도할 수 있다”면서 “고치현의 사례를 소개하며 정책 제언으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전국지사회는 7월 회의에서 ‘인구 감소 시대의 현명한 축소 전략’을 주제로 한 첫 분과회의를 개최한다. 이 개념을 가장 먼저 현(縣) 차원의 정책에 도입한 하마다 지사가 총괄 역할을 맡는다.
다만 이러한 전략을 바라보는 기초지자체의 시선은 복잡하다. 다이쇼대학이 지난해 전국 시·구·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자체가 40%, 중립이 50%였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 질문에는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비율이 59.7%로, 찬성(37.5%)을 웃돌았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행에는 주저하는 분위기다. 또한 규모가 작은 지자체일수록 반대파가 많은 경향을 띠었다.
인구 유지를 위해 노력해온 지자체장에게 ‘축소’라는 단어는 유권자에게 패배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이쇼대학의 고미네 다카오 객원교수는 “무리하게 인구를 늘리려 하지 않더라도 정책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행정 서비스와 주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지자체장들은 지역 규모에 맞는 현실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행정 기능과 규모를 축소하는 동시에 주민의 행복 향상에도 중점을 두는 도시·지역 조성 개념이다. 물량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한정된 자원을 적정 규모로 최적의 입지에 배치함으로써 도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