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0.5% 성장했다.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하던 1976년 1분기 이후 5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실적의 큰 폭 개선에 따른 것이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은 국내총소득(실질 GDI)이 국내총생산(GDP)을 큰 폭으로 추월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분기와 비교해 10.5% 성장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0.5~3.3%대에 머물던 것과는 큰 폭의 격차다. 이번 분기별 명목 GDP 성장률은 1976년 1분기 13% 성장률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명목 GDP 성장률은 △피용자보수 △총영업잉여 △순생산 및 수입세로 구성된다. 한은은 해당 구성항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구성항목 중 피용자보수(인건비)가 전기 대비 4.0% 성장했고 기업의 이윤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총영업잉여 역시 17% 상승률을 기록했다. 순생산 및 수입세 성장률도 12.3%로 전기(1.5%) 대비 대폭 확대됐다. 세 구성항목 모두 2010년 2분기 한은 통계 공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리핑에 나선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명목 GDP 성장은 실질 GDP의 높은 상승률(전기 대비 3.8%)과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GDP 디플레이터'가 12.9%로 상향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GDP 디플레이터란 한 국가 경제가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 등 국내 경제 전반의 가격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서비스 뿐 아니라 종합적인 물가지수의 성격도 띄고 있다.
한은은 명목 GDP 성장세에 대해 물가 상승이 아닌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 큰 폭 개선'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GDP 디플레이터 세부수치를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항목이 1분기 기준 23.5% 상승했다"며 "반면 민간소비(내수)는 2.1% 상승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명목 GDP 성장세가 물가 상승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1970년대나 1980년대, 1990년대도 명목 GDP와 실질 GDP 간 격차가 10%p 이상 나타나던 시기가 있었다"면서 "당시의 비용 상승과 물가 상승 부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1970년대와 같은 과거의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던 반면, 현재 국내 상황은 기업 수익이 늘고 해외 거래가 활발해진 데 따른 성과라는 것이다.

김 부장은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의한 명목 GDP 확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크게 낮추고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의 영업이익 확대는 법인세 증가로 재정 안정 뿐 아니라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필요한 재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고 투자 확충을 통해 내수 신장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BIS 등 국제기구 역시 가계부채나 정부 부채 등을 명목 GDP 대비 비율로 측정해 비교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총소득(실질 GDI, 전년 대비 13.2%)과 국내총생산(실질 GDP, 전년 대비 3.8%)간 괴리 역시 반도체 수출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시 교역요건이 악화되는 구조여서 GDI가 GDP보다 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대표 수입품목인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폭을 넘어서면서 GDI가 오히려 GDP를 큰 폭으로 추월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향후 성장률에도 이같은 성장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실질 GDI 증가는 소비 및 투자 여력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향후 성장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이번과 같이 수출가격이나 수입가격이 급변할 경우 경제상황 판단 시 생산물량 중심인 실질 GDP 중심에서 벗어나 명목 GDP 및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 지표를 상호보완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