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8000선이 무너진데 이어 7400선까지 추락했고, 코스닥도 9% 넘게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중동 전쟁 발발 충격이 반영된 3월4일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반도체 투매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 동시에 덮치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효과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12.50포인트(1.38%) 낮은 8048.09에 출발한 뒤 장 초반 7474.74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자 오전 9시3분42초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시장 전체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당시 낙폭은 685.85포인트(8.40%)였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역대 9번째다. 이후 지수는 8000선을 내준 채 거래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8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이후 8거래일 만이다.
오후에는 코스닥도 거래가 중단됐다. 한국거래소는 오후 2시36분52초 코스닥시장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발동 당시 코스닥지수는 80.59포인트(8.03%) 내린 921.85였다. 올해 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3월4일 이후 두 번째이자 역대 12번째다.
코스닥은 거래 재개 이후 낙폭을 더 키웠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05포인트(9.08%) 내린 911.39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또 다른 안전장치인 매도 사이드카도 양대 시장에서 잇따라 작동했다. 코스닥에서는 오전 9시6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인 오전 9시34분 각각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0.18%, 7.68% 급락한 29만5500원, 191만1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6거래일 만에 ‘30만전자’를, SK하이닉스는 9거래일 만에 ‘200만닉스’를 내줬다.

고환율이 장 초반 증시 하락 압력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555.2원에 개장했다.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6.1원 오른 수준으로, 시초가 기준 2009년 3월6일 이후 최고치다. 다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메시지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말 사이 젠슨 황 CEO는 SK·현대차·LG·네이버 총수들과 서울 홍대 인근에서 이른바 ‘삼소 회동’을 가졌다. 이날은 SK·LG·네이버를 오가며 공식 협력 행보를 이어갔다. SK와는 차세대 AI 메모리 공동 개발과 AI 전용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 구축을, LG와는 로보틱스와 미래 데이터센터 설계 협력을 강조했지만 폭락장을 막기에는 힘이 부쳤다.
글로벌 반도체 투매도 국내 증시를 직격했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5%, 나스닥지수는 4.18%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폭락했다.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확산했다.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심리적 저항선인 4.5%, 5.0%를 돌파했다. 금리 상승은 급등했던 AI·반도체 등 고평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웠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주가 하락의 트리거는 미국 5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주 차익실현”이라며 “이번 상승 사이클의 최대 낙폭을 고려하면 20% 이상의 추가 낙폭 가능성도 열어두고 저점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