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넘어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협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으로 국내 산업계의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방한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점검과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AI 인프라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의 협력 확대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주요 기업 총수는 물론 게임업계와 AI·로봇 기업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다. 이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비공개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현대차그룹, 네이버, LG전자 등의 사옥에도 직접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 논의를 넘어 한국 기업들과의 피지컬 AI 협력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가 올해 CES(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와 GTC(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제시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제조와 모빌리티,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HBM과 AI 서버 중심이던 협력 범위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움직이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도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최근 협력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 구축과 국가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월에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협력 확대 계획도 공개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자율주행을 넘어 로봇과 스마트 제조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력 가능성도 관심사다. 황 CEO는 경기 성남 네이버 제2사옥 ‘1784’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84는 로봇과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5G 특화망 등이 집약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이 성사될 경우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과의 회동도 주목받고 있다. 황 CEO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각각 만나 게임과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과 독일 게임스컴 행사 등에 참여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고, 크래프톤은 올해 피지컬 AI 전문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선 상태다.
두산그룹과의 접점도 마련됐다. 황 CEO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를 맡는다. 두산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와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관계가 AI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넘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함께 추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HBM과 GPU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이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네이버, 두산, 게임업계까지 엔비디아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